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00%로 동결했다. 역대 최장 기간 동결이다.
한은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한은은 5.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2008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5개월에 걸쳐 3.25% 인하한뒤 더이상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
이번 금리동결은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고 국내 고용부문 개선 부진과 민간 자생력이 불분명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3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오기 전까지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청와대와 한나라당도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돼 왔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7.8%를 기록한 가운데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의 단기화 현상이 이어지면서 최근 기준금리 조기 인상론이 급부상했다.
시중 단기자금 지표인 협의통화(M1.평잔 기준)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 3월 12.6%로 전달 15.9%보다 둔화했지만 13개월째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남유럽 국가의 재정 문제가 국내외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이 우려되면서 기준금리 인상론이 다소 힘을 잃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7500억유로(1120조원)의 유로지역 안정기금 조성 계획을 내놓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될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어 위기 재발의 불씨가 남아있는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수출과 투자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과 부동산 경기의 침체가 장기화하는 등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던 민간 부문의 자생력 회복이 일부 미흡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분기 건설투자는 작년 동기 대비 1.9% 증가에 그쳤다.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3월 말 현재 11만2910가구로 전달보다 3528가구 줄었지만, 이중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은 5만788가구로 오히려 748가구 늘었다.
다만, 4월 취업자는 56개월 만에 최대치인 40만1천명 증가하고 실업률은 3.8%로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하는 등 고용시장의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남유럽발 대외 불확실성이 부각한 가운데 민간 자생력 회복을 중시하는 한은과 2분기 경제지표를 봐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비춰볼 때 기준금리 인상은 빨라야 8월이나 9월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