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강남이었다”
2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접수결과를 지켜본 국민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지난 7일 실시된 2차 보금자리 첫날 사정예약에서 서울 강남권역인 내곡지구와 세곡2지구는 8.2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지역에서는 0.1대 1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치가 나왔다. 2차 보금자리주택 청약 결과 경쟁률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쏠림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지난 11일 결과가 발표된 3자녀ㆍ노부모특별공급 사전예약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서울 강남지역인 내곡과 세곡2지구를 제외한 경기권역인 남양주진건, 부천옥길, 시흥은계는 미달사태를 빚은 것.
주변시세의 반값에 공급되는 강남지역(내곡ㆍ세곡2)의 경우 쏠림현상이 나타난 반면 분양가가 시세와 별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높은 경기권역(구리갈매.남양주진건.시흥은계.부천옥길)의 경우 청약자들에게 철저하게 외면을 받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처럼 경기지역 보금자리주택이 대거 미달한 것에 대해 최근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로 인한 분양가 하락, 주변시세와 별 차이없는 임대가격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경기권 보금자리 소비자 외면=
정부는 당초 내놓았던 계획은 그린벨트를 풀어 도심 서민에게 값싼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와 1차지구에서는 정부의 말이 적중했다. 특히 강남지역에서 선보인 시범과 1차보금자리 사전예약에서는 ‘반값 아파트’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값싸게 공급됐다.
하지만 2차 보금자리주택 경기권역에서는 반값 아파트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게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보금자리주택 대거 공급 여파로 인해 주변 아파트 시세는 낮아지며 그 사이 수도권 땅값이 올라 정부에서 생각한 반값 아파트 공급이 물리적으로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현재 2차 보금자리 경기권역 지구들은 주변시세와 비슷하거나 심지어 가격이 더 높은 보금자리가 출현할 것으로 보여진다.
2차 보금자리주택의 추정 분양가는 서울 내곡과 세곡2지구가 3.3㎡당 1140만~1340만원. 추정 분양가를 기준으로 살펴볼때 강남권의 경우 인근 시세대비 60% 정도로 반값 아파트라는 말이 통용된다.
하지만 경기지역의 경우 90%에서 100%로 책정됐다. 구리 갈매, 남양주 진건지구는 850만~990만원, 부천 옥길과 시흥 은계지구는 750만~890만원선이 예상가격이다.
특히 시흥은계, 부천옥길의 경우 시세와 비교해 볼때 100%를 넘는서는 경우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금자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시흥 은계지구 인근 지역인 은행동 아파트의 전용면적 85㎡이하 평균 가격은 3.3㎡당 818만원이다. 반면 이번에 사전예약 분양가는 750만~890만원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부천 옥길지구 역시 인근 지역인 범박동과 소사본동의 3.3㎡당 평균 가격은 각각 1016만원, 865만원이다. 보금자리 분양가와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낮다.
구리 갈매지구 보금자리주택의 평균 추정 분양가격은 3.3㎡당 990만원으로 예상되지만 인접한 구리 인창동 아파트보다 싼 3.3㎡당 97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보금자리 미달사태 지속될 듯=
전문가들은 강남 쏠림 현상을 시세차익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국토부에서는 기존 택지개발 토지보다 85% 싸게 땅을 공급해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취지로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있다는 것.
가격적 매리트가 없어지면서 경기권역 보금자리 미달 사태는 명약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기도 하다.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입지가 좋지 않거나 분양가가 주변시세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은 민간 건설사가 내놓은 분양주택과의 경쟁에서 이길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과 다를바 없다.
실제로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접수 현장에서 만난 청약자들은 “시세차익이 없다면 보금자리에 청약하지 않을 것이며 신도시 아파트에 민간건설사들이 내놓은 품질이 좋을 것으로 보이는 브랜드 아파트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보금자리에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없다면 청약을 않겠다는 것이다.
시세차익을 내기 힘든 상황에서 장기간 전매제한(7~10년)과 실거주 의무기간(5년)이 있는 보금자리에 대한 매력은 민간건설사들이 내놓은 아파트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경쟁력에서 설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높다.
부동산정보업체 한 관계자는 "분양가에서 경쟁력을 잃는다면 향후 보금자리주택 역시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일반 택지지구 성격으로 전환돼 차별성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민간건설사들에게 호재로 작용될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보금자리 경기권 보급 가격 낮춰야=
국내 한 정보업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보금자리에 대한 청약 대기자들의 생각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최근 부동산114가 청약저축이나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을 소지한 서울 및 수도권 거주자 325명을 대상으로 2,3차 보금자리 지구별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 ▲2차지구 서울내곡(16.1%)과 세곡2(24.6%) ▲3차지구 광명시흥(11.9%) ▲3차지구 인천구월(9.3%) 순으로 나타났다.
3차 보금자리지구가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구매 수요자들은 여전히 2차 보금자리지구의 강남권역을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보금자리에 바라는 점으로는 분양가격 인하를 꼽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응답자 중 74.8%가 '서민층을 대상으로 보급하는 주택이므로 분양가격이 더 낮아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분양가격과 주변 시세 차이가 거의 없는 경기권에서 분양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1차 시범지구 사전예약 당시 주변 시세의 50~70%에 머물던 예상 분양가격이 2차 보금자리에서는 주변시세에 근접하거나 더 높게 나타날 가능성 등 보금자리의 가격에 더 이상 매력을 느낄 수 없다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퍼져 있는 것이다.
설문조사가 극히 일부 청약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지만 보금자리가 더이상 값싼 아파트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앞으로 분양시장의 판도변화를 예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보금자리=분양 성공=타지역 인기하락’공식 깨져=
이번 2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결과 보금자리주택 지구라고 해서 모두 인기를 끌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민간주택시장에서도 얼마든지 경쟁이 가능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청약한 바 있는 광교와 별내 신도시에서도 이같은 사실은 확인됐다. 이달 초 대림산업이 광교신도시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의 경우 최고 11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화건설의 '별내 한화 꿈에그린 더 스타' 역시 최고 8.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민간건설사가 분양했던 광교신도시와 별내신도시의 경우 보금자리의 아성을 깨고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개발 호재가 있거나 광교 등 이미 분양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지역에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 검증됐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두고‘보금자리=분양 성공=타지역 인기하락’이라는 추정 공식이 깨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보금자리가 더 이상 민간건설사들의 분양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스기사]
올 한해 전국에서 18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 물량이 쏟아진다. 정부는 이중 14만가구를 수도권에 공급하고 지방에 4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10만3000가구가 임대로, 7만7000가구는 분양물량으로 나온다.
임대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국민임대가 5만2000가구, 영구임대가 1만2000가구, 10년분납 임대가 3만가구, 장기전세가 9000가구로 결정됐다.
국토해양부는 이런 내용의 보금자리주택 18만가구 공급계획을 확정하고 이달 초 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은 신규 지구지정과 기존 택지지구, 재개발ㆍ재건축 용적률 등을 활용해 공급되며 수도권에서 14만호(78%), 지방권에서 4만호(22%) 수준으로 나온다.
특히 다양한 주거선호에 부응하기 위해 국민임대 5만2000가구, 영구임대 1만2000가구, 장기전세주택 9000가구, 10년분납형 임대주택 3만가구 등 임대주택 10만3000만구(57%) 공급될 예정이다.
또 무주택자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2차지구 사전예약(5월 7일~27일)에서는 10년분납형 임대주택을 주변 분양가보다 15% 이상 저렴한 가격에 사전예약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10년분납형 임대주택에도 선호도조사 실시를 통해 입주자 취향에 맞게 주택단지를 설계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존 다가구주택, 부도 임대주택 등 매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7800가구를 저소득층을 위한 국민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