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그룹이 2020년까지 친환경과 의료 등 신사업분야에 2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삼성의 제약, 의료기기산업 재도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은 이 분야에 이미 진출한 바 있지만 기대에 크게 못 미친 채 철수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10일 승지원에서 이건희 회장이 주재한 신사업 추진을 위한 사장단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삼성은 5개 사업을 통해 통해 2020년까지 매출 50조원을 달성하고 4만5000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세부계획도 확정했다.
삼성은 제약바이오 사업에서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2조1000억원을 투자해 10년 내 매출 1조8000억원, 고용 710명을 예상하고 있다. 의료기기시장에서는 혈액검사기 등 체외진단 분야부터 진출해 1조2000억원을 투자, 매출 10조원, 고용 9500명을 목표로 하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의 반응은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면서도 지금까지의 삼성의 행보로 인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삼성은 이미 제약과 의료기기시장에 진출했지만 ‘먹튀’라는 오명만 쓰고 물러난 바 있다.
삼성은 1984년 당시 국내 진출을 노리던 GE와 합작해 ‘삼성의료기기’라는 회사를 설립,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했다. 삼성은 CT용 X선 발생장치 및 촬영대를 개발한데 이어 1990년대에는 중형 초음파진단기기와 칼라초음파 진단기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의료기기는 2000년대 들어 지이메디칼시코리아㈜로 바뀌기까지 꽤 오랜 기간 동안 의료기기사업을 벌여왔지만 연구개발 성과만 남긴 채 물러났다.
특히 삼성SDS는 지난 2000년 의료영상전송시스템(이하 PACS) 시장에 진출해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수익률이 떨어지자 2004년 시장에서 철수한 전례가 있다.
제약산업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삼성은 이미 1997년 대도제약을 인수하며 뛰어들었으나 IMF 사태를 맞아 2년만인 1998년에 회사를 매각하고 제약업에서 발을 뺀 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전력을 보면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직접 산업을 키워오기보다는 힘들게 중소기업이 키워온 시장에 진출해 열매만 따 먹고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니까 사업을 철수하기 바빴다”며 “또 바이오나 의료기기가 돈 된다는 생각에 마구잡이로 진출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은 의약품유통시장에는 이미 지난 2000년부터 진출한 상태다. 삼성물산의 자회사인 케어캠프는 의료기기 및 소모품 등을 병의원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중소기업 수준인 의약품유통시장에 진출해 한국의약품도매협회 등이 삼성의 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는 등 관련 업계와 말썽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