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규제 다시 심는 '방통위'

입력 2010-05-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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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마케팅비ㆍ요금제등 압박수위 높여 ... 업계 자율경쟁 상실, 규제 완화도 ‘헛구호’

방송통신위원회가 서민경제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이동통신사업자 규제와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그동안 뽑았던 전봇대(규제)를 다시 심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라는 대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수단으로 초당과금제, 보조금 축소, 마케팅비 가이드라인등 이통사 수익구조에 직접적인 간섭에 나서며 업계와 적잖은 마찰을 빚고 있다.

최근 방통위의 행보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 활성화를 위해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를 선언하고 산업 전반에 산재된 1만6000건의 규제를 개혁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지난해 9월 통신요금 인하방안을 발표한지 8개월 만에 서민 통신요금 부담완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무서운 속도로 이통사를 압박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는 매달 이통사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 형국이다. 무선인터넷 활성화, 스마트폰 보조금 정책, 와이브로망 구축, 마케팅비 상한제등 피해갈 수 없는 지뢰밭의 연속이다.

지난 13일에는 사업자와 협의도 없이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위반시 과태료부과등 강력한 규제 정책을 내놨다.

이는 정책 효율을 극대화 하기위해 발표 후 사업자를 끌어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해 내놓은 정책들이 이같은 ‘선 정책 수립, 후 사업자 협의’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일련의 방통위 규제가 출혈경쟁이 심화된 통신시장의 선순환을 유도하기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방통위 출범 초기 완화됐던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것은 자율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방통위 규제가 성과를 내기위한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며 실제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조치라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초당과금제의 경우 8개월간 방통위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KT와 통합LG텔레콤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사업자 판단에 따른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성과를 내기위한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통사는 현재 의무약정으로 정액제 도입이 정착된 시점에서 초당과금제 도입이 무의미 하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방통위의 강경한 의지에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와이브로 전국망 구축 역시 출범 초기 정책 실패로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며 사업자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미이행에 대한 불이익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번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은 방통위의 규제 강화의 의지를 그대로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사업자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인 정책 수립은 출범 이후 처음이라는 점도 향후 통신정책 기조를 규제 완화가 아닌 강화로 선회했다는 대목이다.

이통사는 방통위의 강경 정책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혹시나 사업권 배정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강경 정책이 당장 효과를 발휘 하더라도 단기적 미봉책에 불과한 만큼 근본적인 통신시장 생태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도 내비쳤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 초기 통신시장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둔 상황에서 과도한 경쟁체제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세부적인 사업전략까지 간섭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며 “그렇다고 사업자 입장에서 방통위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다면 사업권 배정이나 승인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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