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중수 총재, 조식과 출구전략

입력 2010-05-1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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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한식보다는 양식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이성태 전 총재 때는 (기자들에게 제공하는) 조식이 밥이었는데 지금은 양식으로 바뀌었다. 밥이 더 좋았는데…”

한국은행에 출입하는 한 기자의 말이다.

순수 한은 혈통인 이 전 총재와는 달리 김 총재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준비 사무소장,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장, OECD 대사 등 해외 경험이 풍부하다.

그의 화려한 경력만큼이나 외국인들과의 접촉도 많았고 음식 역시 토종 한국식보다는 서양식을 더 많이 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김 총재가 취임한 이후부터 매달 오전 7시30분에 개최되는 경제동향간담회에서 한국식보다는 샐러드가 곁들인 서양식이 조식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김 총재는 지난 19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오전에는 양식보다는 간단한 샐러드와 스프를 먹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고 일부 은행장들은 어색한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런데 한은이 서양식으로 바뀐 것은 비단 음식만은 아닌 것 같다.

국내 경제회복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성장률도 8%에 가까울 정도로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통화정책은 주요20개국(G20) 명분하에 서양(선진국) 눈치만 보고 있는 것.

한국 사람은 한국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힘을 내는데 억지로 샐러드와 덜 익은 스테이크를 먹이면 헛배는 부를지언정 곧바로 배탈이 나기 마련.

즉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체질에 맞는 통화정책을 통해 탄탄한 펜더멘털을 만들어야 하는데 억지로 선진국 공조만 따라간다면 당장은 헛배가 부를 수 있지만 언제 어떻게 (우리나라에만) 새로운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물론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 이후 전 세계는 이제 혼자서는 결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많은 금융과 경제, 정책 등을 서로 공조하고 맞춰가고 또 서로의 관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글로벌 시대가 온 셈이다.

하지만 우리 펜더멘털은 무시한 채 너무 국제공조만 따라간다면 오히려 우리에게 온 새로운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중요한 것은 통화결정은 한은의 고유 업무이자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아무리 위기가 닥친다고 해도 김 총재는 정부와 선진국 눈치에 휘말리지 말고 리더십 있는 자세로 시장에 신뢰를 심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문득 김 총재에게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언제 시간되면“서울 유명한 한식집에서 입구에서부터 코끝이 진할 정도의 향내 가득하고 한 번 먹으면 구수함에 몸 둘 바를 모르는 청국장 한 뚝배기 어떠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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