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변해야 합니다. 전략도, 생각도,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합니다."
지난 3월 대한전선의 대표이사를 맡은 강희전 사장이 던진 일성이다. 대한전선은 지난 1955년 설립이래 내실 있는 기업의 대명사로 불려왔으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총계는 전년대비 122억 감소한 3조3822억원, 자본은 14.27% 감소한 753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부채는 2008년 2조5160억원에서 4.5%P 증가한 2조6292억원. 부채비율은 349.1%을 기록했다. 2008년엔 286.43% 였다.
반세기 흑자 기업이던 대한전선이 대규모 부채를 떠안게 된 것은 2000년대 들어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특히 최근 몇 해 동안 전선 사업이 자재와 건설 등 전체 시스템을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중견 건설사들에 대한 인수를 시도해 왔다.
2007년 10월 시공능력 순위 99위의 명지건설을 인수했다. 남광토건 인수전에는 직접 뛰어들지 않는 대신 남광토건의 최대주주인 알덱스 지분을 사들여 유상증자에 참여해 추가로 지분을 흡수했다. 2005년 15개이던 계열사가 2010년 현재 26개로 늘어났다.
대한전선은 기업 인수과정에서 시장에서 지분을 인수하지 않고 기업들에게 지분이나 우량물건을 담보로 잡고 자금을 빌려준 후, 그 회사가 빚을 갚지 못하면 회사를 인수하는 특이한 방식을 적용하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인수한 트라이브랜즈(옛 쌍방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전세계 글로벌 위기와 특히 건설업계의 경영악화는 대한전선에 악재로 작용하며 재무부담을 늘리고 있다. 특히 받지 못하고 있는 돈도 크게 늘며 재무부담이 커졌다.
대한전선그룹은 총수일가가 대한전선과 대한전선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양금속에 대한 안정적인 지분 확보를 통해 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지배구조다.
고 설원량 회장의 아내인 양귀애 명예회장과 두 아들인 설윤석 부사장, 윤성 씨 등 총수일가가 삼양금속에 대한 100%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총수일가의 삼양금속 지분은 각각 양귀애 명예회장이 9.26%, 설윤석 상무가 53.77%, 설윤성 씨는 36.97%를 보유중이다. 삼양금속은 그룹 핵심계열사인 대한전선의 최대주주로 20.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전선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분도 높다.
각각 양 명예회장(2.42%), 설 부사장(12.82%), 윤성씨(4.99%) 등 모두 20.23%를 보유중이다. 삼양금속은 대한전선이 지분을 갖지 않는 다산태양광발전, 한국산업투자 등의 최대 주주로 있다. 그 외 그룹 계열사들에 대해선 대한전선이 출자를 통해 최대주주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와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대청기업은 설윤석 부사장과 설윤성 씨가 50% 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최근에는 경영권 분쟁을 이어오던 남광토건에 대해서 단독경영을 시작했다. 대한전선은 자사 및 계열사가 2대주주 측에 대여한 자금과 대물변제하는 방식으로 2대 주주 측의 지분 18.5%를 인수했다.
대한전선이 기존에 보유하던 지분은 8.94%이며, 계열사인 알덱스(13.62%)지분을 포함하여 22.56%의 지분을 보유했다. 여기에 에스네트가 보유하던 지분 15.31%와 관련해 에스네트에 대여됐던 299억 원(이자 35억 원 포함)을 상계 처리하는 방식으로 인수하게 된다.
이에 따라 대한전선이 보유하는 남광토건의 지분은 24.25%로 늘어나게 됐다. 이와 함께 2대 주주 측의 나머지 지분 3.19%에 대해서도 대한전선의 계열사에서 기 대여금 상계처리 방식 등으로 인수한다.
□ 오너 경영 '박차'로 재무구조 개선 '전력'
대한전선그룹은 오너 3세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창업주인 고 설경동 회장, 2세인 고 설원량 회장에 이어 3세인 설윤석 부사장에 이르는 구도다.
지난 2월 부사장으로 진급한 설윤석 씨는 국내 재벌가 3세중 가장 이른 나이에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입사 6년 만에 부사장으로 올라선 것.
설 부사장은 또 대한전선 최대주주인 삼양금속의 지분의 절반이 넘는 53.77%를 보유하고 있고 대한전선 12.82%, 옵토매직 12.85%를 보유해 그룹의 실질적인 최대주주로 올라서 있다.
대한전선그룹 오너일가는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에도 온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대한전선이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1841억원 일반공모 유상증자에서 설윤석 부사장 등 오너 일가도 힘을 보탰다.
설윤석 부사장이 일반청약을 통해 50만8810주를 취득했다. 매입자금만 55억원에 달한다. 양귀애 명예회장도 48억원 어치인 44만5016주를 인수했다.
대한선전 최대주주인 삼양금속도 65억원 규모의 60만5468주를 사들였다. 설 부사장과 양 명예회장이 이번 일반공모 증자에서 개인적으로도 103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는 점에서 높이 살만하다는 평이다.
□ 부채줄이고 미래 경영 새판 짠다
대한전선은 지난 2009년에 비주력 계열사 매각 및 자본확충 등을 통해 1조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에 집중해 왔다.
올해도 2월 초 프리즈미안 지분 9.9% 매각을 통해 4000여억원을 확보하고 자본확충을 통해 추가적인 자금확보 노력을 하고 있다.
하반기 노벨리스코리아 잔여지분 및 기타 보유 자산을 매각하고 시흥공장 등의 부동산을 통해서도 추가적인 유동화를 진행해 연내 재무안정성을 확보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이를 통해 올해 1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 올해말까지 차입금은 1조5200억원, 부채비율은 190% 수준으로 떨어뜨린다는 계획이다.
대한전선은 최근 고부가가치 제품인 초고압케이블의 매출이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시장 수주가 늘어나면서 지난 4년 간 영업이익이 매년 20% 이상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당진 신공장 건설이 완료되는 내년이면 초고압케이블 생산 캐파(Capa)가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하게 되어 매출은 물론 수익성 측면에서도 현저한 증가가 예상된다.
또 현재 한전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직류송전선의 경우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대규모 전력 송전을 대비하고 있으며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직류용 초고압케이블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