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선거]공약도 전문 대행시대, 후보자질론 확산

입력 2010-05-23 08:17 수정 2010-05-2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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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짜준 공약 그대로 차용하는 사례 늘어

지방선거에는 정치 신인과 그 지역에서 구청장을 2~3선 해본 노장까지 대거 출마한다. 정치 신인은 선거법도 제대로 모르고 선거에 뛰어들 때도 있다.

노장들은 그 지역에서 너무 오래 일을 했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져 선거 판세를 잘못 짚을 때가 있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정치컨설팅회사를 찾아간다.

현 구청장인 모 후보는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이번 6.2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지난 선거에선 당의 지원이 있어 선거를 수월히 치렀다.

하지만 이번엔 혈혈단신으로 선거를 치르려니 덜컥 겁이 났다. 인쇄홍보물 제작부터 유세차 대여, 선거법 자문까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컨설팅회사 문을 두드렸다.

◇본인 공약도 잘 모르는 후보=“이게 이번 구청장 선거의 핵심이라는데 무시할 수 있나요.” 한 자치단체장 후보는 자신이 내걸은 공약 숙지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

이전보다 하나의 공약이 새롭게 추가돼 이것저것 캐묻자 결국 “정치 컨설턴트가 짜준 공약”이라고 실토하고 나섰다.

보좌관은 “정치컨설팅회사에서 후보자는 유세현장에서 유세만 하면 될 만큼 모든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해준다”고 전했다.

‘ㅁ기획’과 ‘e회사’는 유명한 선거기획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대선과 총선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표적인 정치컨설팅 회사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유력지에 정치 칼럼을 쓸 정도로 업계에선 전문가로 통한다. 모 구청장 후보는 “이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해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S기획사는 “공약 콘셉트까지 부탁하는 후보는 드물고 단순히 인쇄홍보물 디자인만 맡기는 후보도 있다”며 본인 공약도 모르는 후보는 소수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사람만 둘이지 공약은 같네=“후보가 두 명인데 공약은 거의 비슷해요. 누굴 뽑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민희(여ㆍ27)씨는 두 후보의 공약집을 받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약을 살펴본 결과 단어만 약간 틀릴 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내용은 비슷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여의도에 위치한 ‘ㅈ기획’은 사원 10명이 기초자치 단체장급 40명 후보들을 컨설팅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우리 회사에서 선거기획 전문가들을 여러 회사로 파견한다. 사실상 한 지역구의 두 후보를 컨설팅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 보좌관은 “절반 이상의 후보가 전문가들을 찾는다”며 “다들 전문가에게 컨설팅 받는데 우리만 안 할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또 “전문가들이 내놓은 의견을 무시하자니 찝찝해 뜻도 모르는 공약을 넣을 때가 있다”며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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