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동맹관계를 확실히 한 신뢰관계 회복을 위해 미국의 비위를 맞추려다 1년도 안돼 총리 인생에 종지부를 찍을 위기에 놓인 셈이다.
야당인 자민당의 오시마 다다모리 간사장은 오는 28일 하토야마 총리의 불신임안을 제출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갈 방침을 밝혔다.
오시마 간사장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하토야마 총리의 결정은 “제대로 고민하지 않은 경박한 결정”이라며 “이전지가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것은 하토야마 총리가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불신임안 제출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같은 날 자민당과 연립여당이었던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하토야마 총리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총리로서 향후 정권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며 “미일공동성명을 월말에 발표한다면 자발적으로 사임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과 존 루스 주일 미국대사는 지난 22일 후텐마 비행장을 나고시 헤노코의 캠프 슈워브 기지 연안부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정부는 지난해 9월 정권 출범 직후 “후텐마 기지를 최소한 오키나와 현 밖으로 옮기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는 2006년 당시 일본 자민당 정부가 미국 측과 합의한 원안 그대로였다.
하토야마 총리는 23일 오키나와를 방문해 나카이마 히로카즈 지사에게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 주변으로 옮기자고 부탁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당초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데 대해 사과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특히 천안함 사건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 "동아시아의 안보 환경에는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있다"며 "이런 와중에 해병대 등 주일미군의 억지력을 저하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나카이마 지사는 "매우 유감"이라며 헤노코 이전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이날 하토야마 총리를 따라다니며 시위를 벌였다. 연립 여당의 일원인 사민당도 오키나와 현내 이전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연립 붕괴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후쿠시마 미즈호 사민당 당수는 "연립여당의 일원으로서 결단코 반대한다"고 말했지만 연립 이탈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답변을 피했다.
미ㆍ일 양국 정부는 오는 28일 합의문서를 공동 발표할 계획이지만 오키나와 주민과 사민당 등의 반발에 부딪쳐 이뤄질지는 미지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