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역과 종류를 가리지 않는 악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고질적인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데다 북한 리스크까지 고조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한 장세가 이어가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현명한 투자전략을 짤 수 있을까. 4회에 걸쳐 증시와 외환·채권시장의 투자전략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제2의 리먼사태...신약세장 도래하나
② 유로의 추락...끝이 없다
③ 채권시장으로 돈이 몰린다
④ 中 핫머니, 부동산시장 노린다?
시계제로다. 금융위기 이후 반등을 모색하던 글로벌증시가 유럽발 재정위기 사태에 발목을 잡히더니 이번에는 북한 리스크가 투자심리를 급랭시켰다.
전문가들은 5월 증시의 불안한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약세장이 도래했다는 비관론도 대두되고 있다.
북한발 지정학적 위기로 글로벌 주요증시가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채와 달러에 자금이 몰리는 등 글로벌 증시와 외환·채권시장이 일제히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증시에서 25일(현지시간) 주요지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다우지수는 장초반 1만선이 무너지는 등 급락세를 연출한 뒤 낙폭을 22포인트대로 줄였다.
나스닥은 0.12% 하락하는 약보합세로 마감했고 S&P500지수는 0.04% 오르는 보합권 흐름을 보였다. 금융기관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평가와 함께 반발매수 심리가 작용하면서 낙폭을 줄였지만 전체적인 시장 분위기는 불안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미국증시의 움직임이 우려된다는 평가다. 최근 각종 지표가 호전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미국경제의 회복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증시의 급등락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심리의 불안은 증시 변동성 확대라는 결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WTIM의 사무엘 프런도르프 대표는 "증시는 앞으로 극도의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면서 "하루 300포인트 정도의 상승과 하락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리스발 악재가 제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에 있다.
남유럽 국가에서 디폴트가 터지면 유럽 은행권의 복잡한 상호대출 구조로 인해 유럽 전역이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
이는 다시 미국으로 건너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울러 재정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주요국이 긴축을 강화할 경우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이은 신용경색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유럽 3개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모두 3.5%에 불과하다.
유럽 내 은행권의 상호대출 구조가 문제다. 유로존 은행권의 총대출에서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비중은 지난해 현재 각각 1.0%, 1.2%였다.
그리스와 스페인 은행들의 총대출에서 포르투갈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 정도다. 포르투갈 은행권의 총대출 중 스페인 대출 비중은 16%에 달한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은행권이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 곳에서 위기가 터지면 다른 국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스페인이 문제에 빠지면 독일과 프랑스 은행권도 영향을 받게 된다. 독일과 프랑스 은행들의 총대출에서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대한 대출은 3% 정도지만 스페인 대출은 6~7%에 달한다.
유럽 은행권이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에 제공한 대출·채권은 2조3000억달러 규모다.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는 낙관론도 출현하고 있다. 컬럼비아매니지먼트의 데이빗 조이 수석 투자전략가는 "시장의 우려는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것에 있다"면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와 신중한 자세가 중요한 시점이지만 시장에서 이탈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키프라이빗뱅크의 브루스 맥캐인 수석 투자전략가는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사실 증시는 이미 바닥을 쳤을 수 있다"고 밝혔다.
맥캐인 전략가는 "이번 조정은 놀라울 정도의 단기 조정"이라면서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증시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시장 상황이 예측하기 힘든 만큼 증시 움직임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피플유나이티드웰스매니지먼트의 매트 오라일리 수석 투자전략가는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유럽 문제와 함께 많은 의문에 대한 해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불안한 장세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여전히 본격적인 시장 참여를 꺼리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그는 "결국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고 믿는다"라면서 "그러나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시장 주변에 서성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변수다. 아직까지 사태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로 경제가 받을 여파는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RBC캐피탈마켓의 필 다우 주식투자부문 책임자는 "알 수 없는 것은 유럽 사태가 글로벌 경기회복에 미칠 파장"이라면서 "더블딥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성장은 느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우 책임자는 이번 사태가 제2의 리먼 사태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와 기술주, 헬스케어업종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다우 책임자는 전망했다.
키프라이빗뱅크의 맥캐인 전략가 역시 제2의 리먼 사태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부정적이어서 증시가 과매도 국면에 빠진 감이 있다"면서 "이번달 증시의 흐름은 투자자들이 유럽 문제에 과민반응했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서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쏠려 '채권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맥케인 전략가는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채권시장이 이어갈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이 하나의 자산에 집중하고 자금이 쏠리면 거품이 생긴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간스탠리스미스바니의 제프 애플게이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은 유럽 위기 추이를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번달 시장 하락은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