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 넘기고, 옮기고"… SK에 무슨일이(?)

입력 2010-05-3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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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 통신 등 주력사업 재편 ... 중간지주사 도입 검토

"최근 SK그룹을 지켜보면 그룹 전체가 공사장의 한 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SK그룹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SK그룹이 중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7월 통합SK차이나를 출범할 예정인 가운데 에너지·통신 등 주력사업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전방위적인 재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주력 사업인 통신과 에너지를 중심으로 보다 효율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각 계열사간 사업 교통정리에 나서는 한편 분사를 통한 중간지주사 체제도 검토 중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통합SK차이나 출범을 앞두고 중국 사업을 강화할 사업군은 중국으로 이전, 실질적인 통합 업무에 들어갔다"면서 "그 외에도 효율적인 경영체제를 위해 계열사간 사업부문 재배치와 합리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그룹 내 분사와 통합은 새로운 가치 창출과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계속돼야 한다"며 계열사간 사업 분할과 통합을 강조했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기체처럼 움직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SK에너지, E&P사업 중심의 중간지주사 체제 모색

최근 SK그룹내 가장 큰 변화가 감지되는 곳이 SK에너지다. SK에너지는 기존의 백화점식 경영에서 탈피, 스피드 경영을 구현하기 위해 석유사업과 화학사업을 분사, 내년 1월1일 분할키로 결정했다.

SK에너지는 "글로벌 경쟁환경의 급속한 변화와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다각화된 각 사업 영역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핵심 경쟁력 제고 및 유연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해 왔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아울러 분사 이후 자회사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중간지주사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SK에너지가 지난해 10월 분사한 윤활유사업(SK루브리컨츠)을 포함해 석유사업, 화학사업 등을 영위하는 자회사를 관리하는 중간지주회사로 변신하는 방안이다.

SK 관계자는 "글로벌 에너지기업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았던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이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중간지주회사는 E&P(자원개발)사업을 중심으로 가져가고 석유·화학·윤활유 등 B2C사업부문은 독자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는 더 이상 기존 석유사업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구 사장은 지난해 7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한 지붕 아래 석유·화학·E&P 등 여러 사업 부문이 백화점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메이저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각 사업별로 성장 모멘텀을 지닌 독립적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추가적인 분사를 시사한 바 있다.

SK에너지는 이와 함께 자원개발본부에서 관할하던 석탄사업부와 중고차 매매사업을 SK네트웍스에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계열사끼리 중복 진출했던 사업을 한 곳으로 집중해 효율을 높이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자원개발 사업의 경우 SK에너지가 유전에 집중하고 SK네트웍스가 광물에 집중하는 '따로 또 같이' 전략을 추진해 왔다"면서 "사업의 집중이란 연장선에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SK에너지가 최근 2차전지 등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해외 석유개발사업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다른 계열사와 겹치는 사업부문에 대한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 SK네트웍스, 레저사업 집중…부동산개발 자회사 설립

SK네트웍스도 최근 제주 핀크스의 리조트 시설 인수에 나서는 등 레저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특히 그룹내 계열사에서 따로 진행하던 부동산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SK네트웍스 고위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개발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가 제주 핀크스 포도호텔 인수를 추진하는 등 레저사업 진출을 위한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SK네트웍스가 부동산개발을 포함한 레저사업 강화에 나선 것은 최근 합병한 워커힐호텔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한 것이다.

SK 관계자는 "제주 핀크스의 리조트 시설에 SK네트웍스가 관심을 갖는 것은 골프장뿐만 아니라 온천 등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워커힐 등과 연계한 레저사업 강화에 큰 장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SK네트웍스가 레저를 포함한 소비재 산업을 육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번 인수 추진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SK네트웍스 현재 의류·패션·와인수입 등 이미 영위하고 있는 '프레스티지 마케팅' 사업과 호텔, 면세점 등 레저사업과 최적 연계를 통한 소비재 플랫폼(platform)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자동차 정비 능력 등을 활용한 중고차 사업의 토탈 카라이프 사업과 소비재 플랫폼 사업의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기반으로 사업모델을 확보해 소비시대에 접어든 중국시장과 신흥국가로의 시장 확대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SKT, 아이폰 대항마 키운다

SK그룹의 주력 사업인 통신부문에서의 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이는 조만간 해외에서 SK텔레콤 '산업생산성증대(IPE)' 전략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이 지속 성장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앞으로 15년 이상을 가지고 가야 할 '먹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면서 "지난해에 도입한 IPE 전략이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잘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총 31개의 IPE 프로젝트 중 10개 정도가 해외에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해외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IPE 전략'이란 통신과 유통, 물류, 금융, 교육, 헬스케어, 자동차, 주택 등 다른 산업과의 접목을 통해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SK텔레콤의 구상이다.

아울러 SK텔레콤과 SK커뮤니케이션즈는 무선네이트 부문 이관 문제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은 매각보다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SK텔레콤으로부터 대향료를 받고 무선네이트에 대한 운영권을 이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컨텐츠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운영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가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장기적으로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합병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KT와 LG 통신 계열사가 통합했듯 SK도 유·무선 사업을 통합시키는 것이 영업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출시 이후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SK텔레콤 등 SK그룹의 통신 계열사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강점을 가진 계열사에 사업을 몰아줌으로써 경쟁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포스트 차이나' 전략 가동

SK그룹이 대대적으로 계열서 재편에 나선 것은 '포스트 차이나' 전략을 염두해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오는 7월1일 출범하는 통합SK차이나를 통해 중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지만 미래시장 선점을 위해선 동남아, 중동, 남미 등 신흥시장 진출도 적극 타진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각 부문별 강점을 토대로 사업부를 재편해 지역별 맞춤형 전략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은 최근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서 기자와 만나 "중동과 남미를 비롯해 전 대륙으로 진출할 것"이라며 '포스트 차이나'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SK 관계자는 "SK는 정유와 정보통신을 주력사업으로 하는데 이들 사업의 경우 중국시장에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중앙아시아, 남미 등 관련 업종에 대해 민간기업 활동이 자유로운 지역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포스트 차이나'의 배경을 설명했다.

◇ 지배구조 변화오나

SK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완성의 가장 큰 걸림돌인 SK증권 매각문제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천안함 등 정국이 어수선하면서 하반기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SK증권은 지주회사인 SK㈜의 손자회사로 SK네트웍스(22.43%)와 SKC(7.63%)가 약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일반 지주사가 금융손자회사를 둘 수 없게 돼 있는 현행법에 위배된다. 그러나 국회에 상정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자회사 보유가 허용되기 때문에 SK증권을 팔지 않아도 된다.

업계 관계자는 "SK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SK매각이 불필요해져 그룹의 금융부문과 시너지 효과 및 지배구조 안정화로 SK C&C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의 변화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지주사 SK㈜와 SK C&C가 합병될 것이라는 전망도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지주회사인 SK㈜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분 44.5%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지주회사격인 SK C&C가 결국 합병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송인찬 솔로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그룹의 경우 SK C&C와의 합병이슈 등에 따른 문제점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면서 "합병 및 지배구조가 단 시간내에 변화하기는쉽지 않지만 여전히 시장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통합SK차이나를 통한 중국 진출을 밝힌 후 SK그룹 내에 많은 변화들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효율적인 경쟁체제를 통해 국내와 중국시장 뿐만 아니라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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