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하토야마, 회생 가능성은

입력 2010-05-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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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만의 역사적 정권교체와 함께 출범한 민주ㆍ사민ㆍ국민신 3당 연정 체제가 사민당의 이탈을 계기로 8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이에 따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의 리더십 문제가 다시 거론되면서 퇴진론이 급부상, 총리 인생에 마지막 경고등이 켜졌다.

□ 터질 것이 터졌다 = 사민당의 연정 이탈은 예견된 바나 다름없었다는 평가다.

주일 미군 후텐마 비행장 이전문제에 끝까지 반대한 후쿠시마 미즈호 당수의 파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을 뿐 후텐마 비행장 문제와 미일 동맹관계를 둘러싸고 민주당과의 견해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 동안 민주당은 중의원에서 300석이 넘는 거대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후텐마 기지문제는 사민당이, 우정민영화 문제는 국민신당이 각각 발언권을 쥐고 있어 일본의 연정은 사실상 몸 하나에 머리가 셋 달린 기형적 형상이나 다름없었다.

이는 사민당이 연정 이탈을 결정하기 전 마타이치 세이지(又市征治) 사민당 부당수가 정한 대응방침에도 잘 나타나 있다.

마타이치 부당수는 방침에서 “오키나와 미군 후텐마 기지 이전에 관한 각의 결정을 철회하거나 총리가 물러나면 연정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양보의 여지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후카시마 당수는 29일 기자회견에서 “나를 파면한 것은 사민당 자체를 잘라 버린 것으로 이해한다”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사민당(중의원 7, 참의원 5)의 연정 이탈로 참의원(정원 242, 결원1)에서 여당의 세력은 122명으로 감소하게 됐다. 과반수는 가까스로 유지하지만 참의원 후생노동위원회 등 일부 위원회에서는 여당이 과반수를 밑돌아 정국 운영에 난항은 불가피해졌다.

□ 하토야마 지지율 17%대 충격 = 설상가상으로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해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내각 지지율이 20%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정권 유지의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

아사히신문이 29~30일 이틀동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17%로 드디어 20%대 아래로 추락했다.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은 60%대에 달했다.

교도통신이 같은 기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19.1%로 20%대 아래로 떨어졌으며 퇴진여론은 51.2%로 과반수를 넘어섰다. 요미우리 신문의 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19%로 급락, 퇴진여론은 59%에 달했다.

내각 지지율이 20% 아래로 추락한 것은 2009년 7월 아소 다로 총리의 퇴임 직전 수준의 19% 이후 처음이다. 이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내각 붕괴 직전인 20%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테레비 도쿄가 28~30일 3일간 실시한 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22%로 직전 조사 때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퇴진여론은 무려 63%에 달했다.

이처럼 충격적인 지지율은 하토야마 총리가 후텐마 기지를 ‘최소 현외’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한데 따른 것으로 응답자들은 모두 총리의 자질과 신뢰에 회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나온 이번 지지율 결과는 민주당 입장에서도 곤혹스럽다. 하토야마 총리를 내세워서는 선거에서 승산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부카타 유키오(生方幸夫) 민주당 부간사장은 “총리가 공약으로 내세운 미군 기지의 현외 이전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은 무거울 것”이라며 “그것을 지키지 못한 책임은 당연히 져야 하며 그 부담은 지금부터”라고 강조했다.

□ 하토야마 회생 가능성은 = 현재 하토야마 정부가 직면한 최대 과제는 ‘기지(基地, Kichi)’, ‘돈(金, Kane)’, ‘구제역(口蹄疫, Kouteieki)’, ‘북한(北朝鮮, Kitachosen)’ 등 이른바 ‘4K’이다.

그 동안 하토야마 총리는 국회 운영과 참의원 선거 대책을 우선시해 기본정책에 대한 연정 파트너와의 견해차를 직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연정 붕괴 역시 미국과의 동맹에 치우친 하토야마 총리의 판단력과 지도력 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는 지적도 여기서 나온 것.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민당의 연정 이탈을 계기로 외교 및 안전보장 정책 재건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31일 사설에서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내세운 ‘자립된 외교로 세계에 공헌’이라는 공약은 너무 추상적이었다’며 “이는 사민당과의 연정을 노린 애매한 표현으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외교안보전략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게이오 대학의 소네 야스노리 정치학 교수는 “민주당은 사민당과 국민신당 없이 참의원 선거에서이길 수 없다”면서도 다만 “하토야마 총리가 참의원선거에서 지더라도 연립 가능성이 있는 상대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해 참의원 선거 이후 민주당이 새로운 연립을 모색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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