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떠난 日本, 향후 정국은

입력 2010-06-02 16:01 수정 2010-06-0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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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민주당 최고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의 동반 퇴진으로 일본 정국이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였다.

하토야마 총리 사임의 직접적 요인이었던 주일 미군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는 총리 교체와 함께 이행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미일 동맹관계의 엇박자를 예고하고 있다.

또 민주당이 열세인 참의원 선거가 7월 11일 투ㆍ개표 예정인 가운데 2007년 선거를 압승으로 이끈 오자와의 공백으로 승산을 점칠 수 없게 됐다.

일본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주요국 가운데 최대인 재정적자 해소 문제와 디플레이션에 따른 출구전략 시행 지연도 고민거리다.

민주당은 오는 4일 당 대표 겸 총리를 선출한 뒤 7일께 개각을 단행할 예정이지만 하토야마가 떨어뜨린 민심 수습도 시급하다.

차기 총리 후보로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겸 재무상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신임 총리에게 주어진 부담이 막중하다.

□ 낙동강 오리알 신세된 민주당 = 작년 9월 무려 7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등에 엎고 화려하게 출범한 일본 민주당은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동시에 잃고 망연자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리가 사임해도 지지율은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간사장과 총리가 깨끗한 정치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고조되고 있다.

사실 당내에서는 하토야마 총리보다는 오자와 간사장의 사임을 더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총리를 사임시키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지지율을 극적으로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만 기대하고 오자와까지 물러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오자와를 참의원 선거 대책위원장으로 세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하토야마 총리가 ‘깨끗한 민주당’을 위해 불법정치자금 파문으로 당 이미지를 흐린 오자와와 동반 사퇴한 만큼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오자와 간사장은 2일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분과 마주하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라며 “다음 주부터는 신정권이 출범 채비를 할 것”이라고 말해 정계와 작별을 고했다.

따라서 민주당 신체제는 오자와의 영향력을 배제한 지지율 회복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니혼게이자이신문
□ 행방불명된 미ㆍ일동맹관계 = 하토야마의 극적인 퇴진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불투명해지면서 일본의 협력과 리더십 발휘를 바라던 다른 동맹국간에 실망감이 피어 오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하토야마 총리 사임의 직접적 계기를 마련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을 둘러싼 미일 합의내용 이행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미ㆍ일 정상은 북한과 중국 관련 문제 등 지역의 안전보장을 위협하는 사태에 대해 양국의 결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나타냈지만 일본 내에서는 사민당의 연정이탈을 감수하면서까지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의 기존안 수용이 전제된 점에 반발이 적지 않았다.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은 “하토야마 총리는 일본의 안전보장을 포함해 현재 한반도의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미ㆍ일 신뢰관계를 축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힘든 선택을 한 것”이라며 “차기 정권도 그런 입장에서 대응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하토야마 총리의 중도사퇴는 후텐마 기지 문제 이외에도 일본이 기존 정치나 정책결정과정을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결국 작년 8월 총선에서 50년간 지속돼온 자민당 독재에 마침표를 찍으려던 하토야마 총리의 야심찬 목표는 물거품이 된 셈이다.

□ 日 경제 앞날은 오리무중 = 하토야마 총리의 급작스러운 사임으로 주요국 가운데 금융위기 여파에서 회복속도가 가장 느린 일본 경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9% 상승해 지난해 4분기의 4.2%보다 두드러진 확장 국면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주요국 가운데 최고인 GDP 대비 재정적자율과 14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하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일본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올해 일본의 GDP 대비 재정적자율은 무려 21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까지 14개월 연속 하락, 디플레이션의 장기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여기다 실업률은 4월에 5.1%로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하면서 일본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총리의 중도 사퇴가 빚는 국정 혼란은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신인도를 떨어뜨려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급격히 냉각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일본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수출기업들이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유로 약세ㆍ엔화 강세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잃어버린 20년’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마넥스 증권의 무라카미 나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총리 사임은 정치 혼란을 야기해 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며 “새 내각이 서둘러 경제정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 나오토 부총리겸 재무상=블룸버그
□ 포스트 총리는 간 재무상? = 민주당은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해 차기 총리 선출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4일 당 대표이자 총리를 선출하고 7일 총리 지명 선거를 거쳐 국민신당과의 연정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차기 총리 후보로는 간 부총리겸 재무상과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간 부총리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총리 선거에는 여러명의 후보가 출마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일본 언론들은 4일 대표선거일까지 시간적 여유가 없어 간의 대항마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 선거는 당원ㆍ지지자에 의한 정식 선거가 아닌, 국회 개회 중 긴급사태로 간주해 당 소속 중참 국회의원 전원에 의한 양원 의원 총회에서 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차기 대표의 임기는 하토야마 총리의 임기인 올해 9월말까지이다.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간 부총리는 1946년 야마구치현 출신으로 1970년 도쿄 공업대학 이공학부를 졸업하고 다음해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정계에는 2차례의 고배를 마신 끝에 1980년 제36회 중의원 선거에서 첫 당선과 함께 입문에 성공했다.

민주당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96년 1월 하시모토 내각 당시 하토야마 총리와 함께 민주당을 결성, 당 대표에 취임하면서부터다.

이후 하토야마 총리와 정치 역정을 함께 한 간 부총리는 작년 9월 중의원 선거에서 10선에 성공하며 같은 해 부총리겸 국가전략담당ㆍ내각부특명담당대신을 거쳐 올해 1월 부총리겸 재무상ㆍ내각부특명담당 대신에 취임했다.

전문가들은 한ㆍ일 관계에 대해 간 부총리는 하토야마 총리와 마찬가지로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중시하고 과거사 청산 의지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 내각에서 대한 정책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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