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 원칙 버린 '신동빈式 경영' 시험대

입력 2010-06-07 07:21 수정 2010-06-07 11:1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롯데 정리해고 등 한국식 구조조정 시작

▲사진=뉴시스
"동호부지가 개발되면 고용도 늘테니 그 때까지만 참으면 되겠지 했는데 갑자기 정리해고를 하겠다는 회사의 방침이 내려왔어요. 이 회사도 글렀구나 싶어 희망퇴직을 신청할까 했는데 아직 어린 두 아이 때문에 참았습니다. 대신 136명의 동료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잠실 롯데월드 직원들이 제2롯데월드가 들어설 부지를 '동호부지'라고 말한다. 롯데월드 맞은편 석촌호수 동쪽에 있다는 의미다.

롯데월드는 수년째 적자를 기록해 직원들 사이에 조만간 구조조정이 있을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작년 이명박 정부가 이 부지에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용하면서 롯데월드 직원들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월드는 300명을 내보낼 예정이었지만 제2롯데월드가 허용되면서 백지화됐다. 그 사이 회사도 안정을 찾아 올 1분기에는 최근 4년 내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회사는 올 4월 정리해고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지난 4년간 손실이 너무 컸다는 게 이유다. 직원들은 반발했지만 결국 지난 1일자로 일반정규직 61명, 특수직(계약직) 75명을 내보내야 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이 변하고 있다. 롯데에는 다른 기업에는 없는 문화가 있다. 계급 정년제와 평생직장 문화다. 롯데에서는 연한 내에 승진하지 못하면 다시 승진이 어렵다.

그렇다고 직원을 내보내지도 않는다. 승진이 안 되더라도 정년을 보장해주는 일종의 평생직장 개념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경영진 인사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10년 이상 장수하는 경영자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이는 일본에서 기업을 시작한 신격호 회장의 경영스타일이기도 하다. 한 번 믿는 사람은 끝까지 믿는다는 것이다. 비슷한 규모의 기업에 비해 급여가 높은 편이 아님에도 직원들의 충성도가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기업문화가 신격호 회장의 둘째 아들인 신동빈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바뀌고 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신 부회장은 먼저 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이런 개념을 없앴다. 지난해 임원 50여명을 한꺼번에 옷 벗기더니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임원을 퇴출시켰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신 부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영스타일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풀이한다. 아버지의 일본식 경영방식을 탈피하고 한국식의 무한경쟁 개념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지난 2~3년간 진행한 기업인수합병(M&A) 과정을 보면 신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은 여실히 드러난다. 신 부회장은 한국 롯데의 경영승계가 공식화된 이후 엄청난 먹성을 보였다. 신 부회장의 롯데는 최근 2년여간 약 4조원을 M&A에 쏟아 부으며 소주 '처음처럼'의 제조사인 두산주류BG, GS리테일등 유통 식품업계 주요 매물을 쓸어 담았다.

또 포스코에 밀리기는 했지만 올해 최대 매물이었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에도 참여했고 기회만 있다면 또 M&A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외환위기 무렵 재계 11위(자산기준)였던 롯데그룹은 현재 5위까지 뛰어 올랐다.

하지만 이런 신 부회장의 왕성한 식욕을 놓고 재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분 기업의 인수 가격대가 너무 높았다는 것은 상식적인 선에서의 우려다. M&A에 대한 성과도 아직까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롯데나 신 부회장 개인이나 부담스런 부분이다.

최근 롯데가 인사시스템에 변화를 주고 M&A에서 몸값 책정에 신중한 이유도 이런 내·외부 사정을 감안한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또 기존 사업군에서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에 강행된 롯데월드 희망퇴직은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신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이 그룹의 최하부층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롯데월드 직원들이 동요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최근 행보는 한국의 재벌기업들이 전형적으로 해왔던 방식"이라며 "지금은 경영진과 일부 사업부문에 국한돼 있지만 M&A를 통한 무리한 몸집불리기가 내부 위화감을 확산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금상추에 배추·무까지…식품업계, 널뛰는 가격에 불확실성 고조 [식탁 지배하는 이상기후]
  • 단독 한달 된 '실손24' 60만 명 가입…앱 청구 고작 0.3% 불과
  • 도쿄돔 대참사…대만, 일본 꺾고 '프리미어12' 우승
  • 뒤늦게 알려진 '아빠' 정우성…아들 친모 문가비는 누구?
  • ‘특허증서’ 빼곡한 글로벌 1위 BYD 본사…자사 배터리로 ‘가격 경쟁력’ 확보
  • [식물 방통위] 정쟁 속 수년째 멈춤…여야 합의제 부처의 한계
  • 이재명 오늘 '위증교사' 선고...'고의성' 여부 따라 사법리스크 최고조
  • 성장률 적신호 속 '추경 해프닝'…건전재정 기조 흔들?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6,002,000
    • -0.03%
    • 이더리움
    • 4,681,000
    • -1.14%
    • 비트코인 캐시
    • 716,500
    • +0.63%
    • 리플
    • 1,997
    • -2.87%
    • 솔라나
    • 352,700
    • -0.51%
    • 에이다
    • 1,428
    • -4.48%
    • 이오스
    • 1,177
    • +10.62%
    • 트론
    • 290
    • -1.69%
    • 스텔라루멘
    • 756
    • +7.69%
    • 비트코인에스브이
    • 96,850
    • -0.31%
    • 체인링크
    • 25,090
    • +3.04%
    • 샌드박스
    • 1,044
    • +71.1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