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지금이 좋은 기회인데 우리한테 맡겨주시죠. 책임지고 꼭 팔아드리겠습니다”
강남지역의 한 유흥업소 매매 전문 부동산 컨설팅회사.
지난 10일 오후 7시. 일반 직장인이라면 모두 퇴근할 시간임에도 이곳은 이제 막 영업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유흥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때부터 새벽 2~3시까지가 최고의 피크타임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찾은 강남의 한 (유흥업소 매매전문)부동산 컨설팅 회사 역시 직급이 낮아(?) 보이는 남자 직원 2~3명이 전화기 앞에 두꺼운 교육자료를 펼쳐놓고 일명 전화영업(텔레마케팅)에 한창이었다.
교육자료에는 고객과의 대화를 할 때 어떤 방식으로 말을 해야 하고 상대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으려고 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이 꼼꼼히 적혀 있었다.
자신을 이사라고 소개한 한 직원은 “강남지역에 술집 등 유흥업소가 많기 때문에 일단 전화를 하고 약속을 잡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부동산컨설팅회사에서는 대체로 2~3명 이상씩 텔레마케터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유흥업소)매매 시장은 요즘 상황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이곳은 아파트와는 달리 거래가 꾸준히 되고 있다”며 “보통 룸싸롱 같은 경우 내부 크기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평균 5억에서 10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우리가 계약을 성공할 경우 몇 천만원 정도 복비(수수료)를 먹는다”고 귀띔했다.
이 회사 전무 역시“참여정부 시절 유흥업에 세금폭탄을 내려서 힘들었는데 최근 들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라며 “정부가 건설과 아파트 대출 규제는 강화했지만 아직 여기까지는 손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유통 90%는 대부업 이용… 금고 10% 수준
유흥전문 매매는 어떻게 이뤄질까. 또 일반인들과 다르게 밤에 일하는 그들의 일과도 사뭇 궁금해졌다.
이 곳 대표에게 하루 일과에 대해 알고 싶다고 요청하자 선뜻 유흥전문 매매컨설팅에서 15년째 일하고 있다는 이른바 ‘베테랑’ 김 모씨를 소개해줬다.
그의 본격적인 영업은 밤10부터 시작된다. 강남 지역에서 꽤나 잘 나간다는 유흥업소 6~7곳을 방문했고 가는곳 곳마다 업소 사장들은 환대해줬다.
김 씨의 존칭어는 '사장님' 혹은 '형님' 두가지로 분류됐다. 수년째 만남을 유지한 경우는 형님이었고 아직 친분이 적은 경우는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대화 내용은 대체로 어디 지역에 매물이 나왔고 누가 어디 건물을 수십억 원에 구입했다 등이 주류였다. 이어 000백화점 명품점이 할인을 하는데 가볼만 하다는 내용도 오갔다.
김 씨는 “강남에 유명한 업소는 거의 내가 매매를 해줬다. 이곳에서 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라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그는 또 “평균 오후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업무를 보고 이후부터는 업소 사장이나 고객들과 거의 술을 먹는다”며 “이렇게 일과를 마치고 집에 가면 대략 오전 5시에서 6시쯤 된다”고 말했다.
영업이 끝나고 김 씨와의 본격적인 인터뷰는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이뤄졌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씨는 “일반 직장인들과의 생활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도 다 끊겼고 무엇보다 아내가 해주는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라면서도 “하지만 한번 크게 계약을 하면 직장인들의 1년치 연봉을 한 번에 만질 수 있기 때문에 참고 일한다”고 말했다.
유흥주점에 대한 자금은 주로 어디서 나오느냐는 질문에는 약간 고개를 갸웃 거렸다. 자칫 민감한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듯 하다.
하지만 곧바로 “대부업이 80~90%, 금고(컨설팅사들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이렇게 부른다. 원래는 새마을금고를 뜻한 것이지만 지금은 제2금융권도 줄여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10% 수준이고 일수나 사채자금도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통 대부업이 서민금융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상 강남유흥 상권이 없으면 거의 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업소를 매매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최소 수억원 이상이다. 그런데 강남에 이러한 업소가 몇개가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 아마 숫자를 세기도 힘들 것”이라며 “이러한 자금이 대부분 대부업에서 유통되고 있다. 또 여기에 룸싸롱과 텐프로 아가씨, 마담 등도 개인당 하루에 쓰는 비용이 수백만원 이상인데 (대부업에서) 빚을 안진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은행에서는 거의 대출을 안해주고 금고는 신용등급이 좋거나 지점장과의 특별한(?)거래가 없는 이상 힘들다”며 “이곳에서 자금을 빌리는 방법이 불법이나 편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은행들도 이곳을 회피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2시간 남짓 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대리운전을 불렀다.
김 씨는 "강남에서 잘되는 또 다른 분야가 아마 대리운전일 것"이라며 "이곳은 대부분 밤에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일주일에 한두번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술을 먹는다. 이 때문에 대리비를 아끼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강남쪽으로 이사오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