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인하 부메랑 되나

입력 2010-06-16 09:15 수정 2010-06-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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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 계획 상실, 결합상품도 무용지물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통신요금을 인하 하는 가운데 이에 따른 효용성 논란이 높아지고 있다.

통신업계 입장에서는 당장 매출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도 경쟁사로 유입되는 가입자를 붙잡아 두기 위해 유사한 정책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KT와 통합LG텔레콤은 경쟁적으로 통합요금제를 내놨다. 통합LG텔레콤이 휴대폰, 인터넷, 인터넷전화, IPTV를 아우르는 결합상품 요금제를 개선한 ‘온국민은 요(YO)’를 내놓자 같은 날 KT에서 ‘QOOK 퉁’을 출시해 맞불을 놨다.

두 회사 모두 자사에서 출시한 상품을 묶어 무료이용을 확대하고 통신비 절감이라는 측면을 내세우고 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매출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도 소비자 측면에서 통합요금제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 정책이 단기적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향후 서비스 향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다시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아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통합요금제가 실제로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통신업계는 결합상품(인터넷, 인터넷전화, IPTV)을 출시, 파격적인 할인혜택이라며 고객잡기에 분주했다.

실제로 결합상품은 카드사와 제휴를 통해 약정을 걸면 최고 2~3만원을 할인해주는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매출 수익 상승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KT의 QOOK TV는 실시간 채널과 VOD 등 콘텐츠 확충 및 다양한 요금제 출시로 가입자 수가 110만명을 돌파하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89% 상승했다. IPTV 가입자 대부분이 결합상품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가입자 증가에 효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통신업계가 정부의 마케팅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교묘하게 통합요금제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정부 정책상 마케팅에 쏟아 붓는 비용이 각 부문별 총 매출의 20%로 묶인 만큼 소비자 혜택과 통신비 절감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보이지 않는 출혈 경쟁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요금제에 대한 중장기 계획도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가입자 폭증에 대비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서버와 장비 확보도 상황에 따라 투자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통합LG텔레콤 이상철 부회장도 “통합요금제 가입자가 두배 이상 늘어난다면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혀 아직까지 구체적인 투자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업계의 통신비 절감 정책 취지는 좋지만 과도한 할인 제도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마케팅 경쟁보다 더 무서운 공멸의 길로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통신사의 요금 인하 경쟁은 소비자 측면에서 볼 때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져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과도한 할인경쟁은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심각한 피해로 돌아오는 부메랑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90년대 말 신세기 통신이 통신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평생 무료통화 요금제’를 내놨지만 가입자의 통화 데이터량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합병에 이른 사례도 있다”며 “통신비 절감을 위한 통신업계 노력도 좋지만 기존 할인 상품을 재정비해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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