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금 보유량이 예상보다 두 배를 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금값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세계금협회(WGC)는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이 322.9t으로 당초 알려진 143t의 두 배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신흥국의 금 보유가 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여전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위안화 환율 유연성 확대 방침에 따른 달러 약세도 금 수요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약세와 위안화 강세로 인도에 이어 세계 2위 금 소비국인 중국의 금 매입 가격이 낮아져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날 런던 거래소에서 금값은 직전 거래일보다 0.7% 오른 온스당 1264.9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1980년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가격인 2300달러를 기록한 것에 비해서는 여전히 큰 폭 밑도는 수준이다.
인플레 압력을 예상한 헤지펀드업계의 매수세도 금값 상승의 배경이다. 이들은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인플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헤지펀드 업계는 연말 금값이 1300~15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세계 4위 외환보유국가인 사우디 중앙은행은 최근 분기보고서에서 "금 보유고를 조정한 결과 금과 관련된 자료가 지난 2008년 1분기부터 수정됐다"고 밝힌 바 있으나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금 보유량 증가가 추가 금 매입에 따른 것이 아니라 집계방법의 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식적인 보유고로 간주되지 않던 금이 계산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앙은행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추가 금 보유 가치는 70억달러에 달한다.
이번 사우디의 금 보유량 발표는 중국의 금 보유고가 알려진 것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1000t 이상이라는 사실이 공개된 이후 1년만에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20년만에 처음으로 금 순매입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델 툴리 UBS 귀금속 전략가는 "금 보유고에 대한 WGC의 통계는 중앙은행들이 올해 금을 순매입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인도는 자산을 다양화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11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00t의 금을 매입한 바 있다.
러시아 및 일부 나라들은 정기적으로 금을 사들이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은 10년 이상 지속해온 금 매도를 거의 중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