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상장이 많은 문제점들을 야기하자 금융감독원도 한국거래소의 우회상장 심사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거래소가 우회상장 심사의 핵심요건인 순이익이 어떤 회계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이를 간과해 적자 기업의 우회상장을 승인해줬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주 우회상장 기업이 적용 회계기준에 따라 이익이 달라지는 사례를 들어 코스닥시장 우회상장 심사기준에 대해 거래소에 정식 질의했다.
현행 코스닥 우회상장 요건은 △자기자본이익률(ROE) 10%(벤처는 5%) 또는 당기순이익 20억원(벤처는 10억원) 이상 △자기자본 30억원(벤처는 15억원) 이상 △세전 이익이 있을 것 △자본잠식이 없을 것 등으로 명시돼 있다.
이번 회계기준 문제는 코스닥기업 CMS를 통해 우회상장을 추진 중인 전기차업체 CT&T가 네번째 정정한 합병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CT&T는 정정 신고서에서 지난해 실적이 중소기업 특례 회계기준에 따라 지분법을 적용하지 않은 경우와 상장법인 일반 회계기준에 따라 지분법을 적용하는 경우가 다르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특례 기준으로 CT&T의 작년 순이익은 18억원이지만 상장법인 일반 기준에 따르면 24억원 손실로 바뀐다. 거래소가 지난 3월 CMS와 CT&T의 합병 발표 당시 CT&T에 대해 우회상장을 승인했지만 일반 회계기준을 적용할 경우엔 심사 결론이 달라지게 된다.
거래소는 CT&T의 작년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순이익을 토대로 심사한 만큼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우회상장도 상장인 만큼 일반 회계기준으로 순이익을 심사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CT&T의 경우 종속회사 및 특수관계자와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의 77%에 달하는 만큼 지분법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T&T의 우회상장이 마무리되면 재무제표 작성 시 일반 회계기준에 맞춰 지분법 손익을 반영해야 하므로 작년 순이익은 적자로 바뀐다. 투자자들의 혼선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거래소가 CT&T의 우회상장 심사를 재검토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거래소 우회상장 심사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러시아 석탄업체 우글레고르스크우골이 코스닥기업 매일상선을 통해 우회상장을 발표했을 때도 규정 미비 문제를 드러냈다. 우글레고르스크우골은 유한회사인데 거래소 심사기준에는 유한회사에 대한 우회상장 규정이 없어 심사를 하지 못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우회상장 심사의 허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하반기 우회상장에 대한 질적심사 도입을 서두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하반기 질적심사를 도입하게 되면 정보제공 차원에서 회계기준별 순이익을 비교하는 방안은 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