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구조조정, 숨가빴던 3개월

입력 2010-06-2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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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생존 가능성' 초점... 건설사와 '신경전'

"로비와 신경전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부실기업들을 퇴출시켜 시장을 정화시킬 필요가 있다."

시공능력 300위권 내 건설사들의 신용위험평가를 맡은 어느 채권은행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채권은행들은 청와대의 지시가 없었더라도 이번 신용위험평가를 엄중히 할 계획이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부실기업을 퇴출시키지 않으면 은행권으로의 부실 전이는 예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25일 오후 3시에 건설사 구조조정 발표가 예정돼있다. 이번에는 16~18개 업체가 C등급(워크아웃)과 D등급(법정관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가 29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였다. 이들 중에는 시장에서 떠돌던 이른바 살생부에 이름을 올렸던 업체들 대부분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들을 선정하는 데에 있어 채권은행들은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해에는 금융위기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문제였다면 올해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 부실과 미분양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유동성을 해결할 수 있냐는 문제보다는 향후 해당 건설사의 사업전망을 보면서 생존 가능성 여부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생존 가능성 여부는 결국 수치를 기준으로 한 계량평가보다는 비계량 평가항목에서 따져볼 수밖에 없었다"며 "비계량 평가에 집중하면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제2의 성원건설을 낳지 않으려면 할 수 없는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채권은행들은 3개월 동안 늦은 시간까지 마라톤 회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실무자들은 오전 회의를 시작하면 퇴근시간까지 전화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연이은 회의를 진행해야 했다. 생존 가능성을 분석한다면 계량평가보다 비계량평가의 점수를 어떻게 줄지 의견을 조율해야 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의 전화는 빗발쳤다. 현재 유동성 수치는 양호하고 미분양도 해결할 수 있다며 C등급에 포함시키지 말아달라는 내용이었다. 퇴출 위기(D등급)에 몰린 건설사들은 모회사 또는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구해오겠다며 퇴출만은 막아달라고 은행들을 쫓아다녔다.

금융당국도 채권은행과 건설사간의 조율에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생존 가능성을 놓고 은행과 건설사가 이견 차이를 좁히지 않는 상황에서 형평성과 현실성의 사이에서 고민해야 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건설사 부실을 떠안아야 하는 은행권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생존가능성만 따지면 계량평가 점수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야기된다"며 "이 문제로 인해 몇몇 건설사들이 C에서 B등급으로 전환되기도 했다"며 형평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을 시사했다.

막판까지 로비는 치열했다. 몇몇 건설업체들은 정부에까지 로비를 했다는 후문도 들릴 정도였다. 24일 오후 C, D등급이 각각 9개와 7개로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막판까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정부의 의견에 따라 등급이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전화가 빗발치는 가운데 정부인사들의 전화도 만만치 않았다"며 "막판까지 확정된 리스트가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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