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등 현대그룹 채권단과 현대그룹의 재무구조개선 약정(MOU) 체결을 둘러싼 신경전이 오는 7월 마무리될 전망이다.
현대그룹이 2분기 실적에 대해 역대 최고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외환은행과의 재무약정을 놓고 조건부로 맺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 산업, 신한은행, 농협 등 현대그룹 주요 채권단은 오는 30일 전체 채권단 회의를 열고 현대그룹 문제를 논의한다.
이미 두차례나 재무약정 체결 시한을 연장해준 만큼 이번에는 실질적인 제재가 나오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지만 채권단 내부에서는 제재수단보다 현대그룹을 설득해 조건부 MOU를 맺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도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재무약정 체결은 조만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대그룹을 설득할 수 있도록 채권단에서도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에서 현대그룹을 설득하기 위해 조건부 재무약정을 잠정적으로 염두해두고 있다. 은행권에 2조원 이상의 대출을 갖고 있는 현대그룹의 여신을 회수할 경우 그에 따른 부담은 모두 채권단의 몫이다. 따라서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2분기 실적을 참고하면서 현대그룹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으로 재무약정 체결을 유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조건부 재무약정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우선 30일 채권단 회의를 통해 현대그룹을 최대한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보겠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이 재무약정 체결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재무약정을 체결할 경우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으로 자산매각 등을 요구받게 돼 그동안 추진해온 현대건설 인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