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러시아 스파이 11명을 검거하면서 스파이 파문이 외교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양국 정부가 부심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스파이 사건이 양국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질 않기 바란다”면서 “러시아 정부가 보복조치을 취해 외교적 갈등으로 커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미국 내 스파이들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수년간 추적을 벌인 끝에 10명의 러시아 첩보원을 미국에서 검거하고 1명은 싸이프러스에서 검거됐다고 발표했다.
FBI에 따르면 러시아 첩보원들은 10년이상 활동해 왔고 이들의 활동은 과거 냉전시대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첩보원들은 미국 정부기구에 직접적으로 침투하는 대신 국가 안보 및 정책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잠재목표와 만나 정보수집을 해 이들을 추적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FBI는 전했다.
러시아 첩보원들은 뉴욕에서 20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한 페루 국적의 칼럼리스트 비키 펠리즈 및 미군 모병센터와 같은 건물을 이용하는 여행사 직원, 미모의 여자 사업가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을 데리고 간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 찾는 햄버거 가게도 러시아 첩보원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많은 러시아측 정보전문가와 관리들은 미국 정부내 매파가 오바마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들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스파이 체포 사건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푸틴 총리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접견한 자리에서 “경찰이 통제를 벗어나 사람들을 감옥으로 보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푸틴 총리는 “스파이 사건이 그 동안 쌓아놓은 양국의 우호적 관계에 피해를 끼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혀 외교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로버트 기브스 미 백악관 대변인도 “이번 사건이 러시아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전에 스파이 체포사실을 보고 받았지만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회견한 자리에서 이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