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절차 본격화.. 인수합병 전쟁 예고

입력 2010-06-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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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매각 수순에 들어가면서 인수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지난 29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매각 자문사 선정 안건을 의결하고, 다음 달 초 매각 주간사 선정을 시작으로 현대건설 인수합병(M&A)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상기업 실사와 매각공고, 예비입찰자 선정 등을 거쳐 늦어도 올해 연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내년 초까지는 매각을 완료할 전망이다.

현대건설 매각제한 지분은 35%로, 매각 주관은행인 외환은행이 8.70%를 보유하고 있고 정책금융공사가 7.90%, 우리은행이 7.50% 등의 순으로 나눠갖고 있다.

만약 채권단이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한다면, 총 발행주식의 35%에 해당하는 3888만주의 평가금액만 2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자타공인 국내 최대의 건설사로, 긴 국내 건설경기 불황에도 지난해 사상 최대의 해외수주실적으로 4천188억원의 영업익을 올린 점을 고려한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의 가격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의 인수가격은 3조~4조원가량이 될 것이라는 것이 안팎의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대기업 집단 중에 건설 계열사가 없으면서 최대 4조원대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인수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은 공교롭게도 모두 현대가 출신이다.

이 중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현대그룹이다.

현정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현대건설 인수를 그룹의 첫 번째 추진과제로 거론하며 "그룹의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확실한 신성장 동력"이라고 언급하는 등 확고한 인수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 전 계열사의 사업과 연계돼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고, 현대상선에 치우쳐진 그룹의 수익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는 `필승카드'라는 것이다.

또 현대건설이 현대그룹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 지분의 8.3%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도 인수에 필사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요 계열사 실적 악화로 지난달 채권단으로부터 재무개선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되며 구조조정 압박에 놓여 있는 것이 걸림돌이다.

금융계열사인 현대증권을 제외하면 그룹 전체의 78.6%를 차지하는 현대상선이 지난해 5천7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인수능력에 대한 의문을 떨치지 못한 상태다. 그나마 올들어 현대상선의 경영이 크게 호전되고 있는 것이 현대그룹으로서는 희망을 걸만한 대목이다.

현대그룹의 강력한 인수 경쟁자로는 현대중공업이 꼽히고 있다.

지난 2006년 현대상선의 경영권 문제로 현대그룹과 정면충돌한 이력이 있는 현대중공업은 이번에도 정상영 회장의 KCC와 손잡고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도 옛 현대그룹의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 버티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건설사가 없는 LG그룹, 현금이 풍부한 롯데그룹과 관련 사업이 많은 두산그룹 등도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포착되고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최근 대우건설을 섣불리 인수했다 그룹 전체가 위기를 겪은 금호그룹의 예를 들며 경기를 많이 타는 건설업의 특성상 대기업들이 참여를 꺼리며 뜻밖에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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