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지난달 30일부터 각 세탁세제 브랜드별로 한 가지 용량만을 판매키로 했지만 정작 지켜지고 있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마트는 이번 용량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일부 협력업체와는 협의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마트가 가격 낮추기 정책을 이어가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이마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6월30일부터 지난 2~3개월 동안 세탁세제 가격을 낮추기 위해 협력 회사와 협의를 거쳐 브랜드 별로 한 가지 용량만 판매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가 이마트 매장을 취재한 결과 시행 첫날 이를 지킨 매장은 없었고 일부 매장에서는 아예 용량 단일화와 관련된 본사의 지침 자체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6월30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세탁세제중 하나인 비트(일반 가루형)의 경우 천호점 4.3kg, 은평점 2.8kg, 성수점 4.4kg, 용산점은 4.3kg· 1.9kgx2, 영등포점은 1.9kgx2, 4.3kg, 4.4kg 등 제각각 판매 중이었다.
한 지역 매장 관계자는 "본사로부터 세탁세제 용량 단일화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고 다른 매장 관계자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오늘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2~3개월 동안 업체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미 있던 제고를 소진하고 한 가지 상품만 팔기로 했는데 아직 다 팔지 못한 상품이 남아있어 일부 매장에서 제고를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마트가 이번 세제 용량단일화를 추진하면서 준비에 소홀했다는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마트에 세탁세제를 납품하는 업체들에 따르면 이번 정책을 시행하면서 이마트는 납품 협력업체들과도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체 세탁세제 납품업체 관계자는 "이마트와 세탁세제 용량 단일화와 관련된 협의를 진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딱히 결론을 낸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 내에서도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담당자는 “오늘부터 시행한다고 하니까 발표한대로 납품이 됐을 것”이라며 “민감한 사안이라 자세히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발표부터 하고 따라오라는 식의 전형적인 대형마트의 횡포"라며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가격이 떨어질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