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일의 부동산 메치기]집가진 서민의 고통

입력 2010-07-07 14:11 수정 2010-07-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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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고향을 떠나 서울로 상경해 나름 자리를 잡고 열심히 살고 있는 죽마고우 녀석이 있다.

일년에 한두번씩 만나는 친구 녀석은 만날때마다 '집값'에 대한 애기를 꺼낸다. 취기가 고지를 향해 다다를 즈음이면 언제나 친구는 "집값 언제까지 떨어질 것 같냐?" 고 질문을 꺼내곤 한다. 부동산 기자로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말해달라는 것이 친구의 주문이다.

"또 집값 애기냐"며 핀잔을 주고 웃어 넘기려 하면 친구는 "짜식아~ 정말 궁금해서 그런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이곤 했다. 하지만 최근 만난 그 친구는 만나서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전에 집값에 대한 애기를 꺼냈다. 다급한 친구녀석에게 "아마 올해까지는..."하고 대답을 했다. 2년째 같은 대답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같은 답변에 큰 반응이 없던 친구녀석이었지만 그날 만큼은 정말 심각해 보였다. 그 녀석의 집은 용인에 있는 동백신도시다. 최근 자고나면 집값이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지역 중 한곳이다.

친구는 외환위기 이후 2002년경에 서울에서 조그만 빌라에서 전세를 살다가 2억이 넘는 융자를 받고 용인 동백지구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에는 전세살이하며 설움을 받는 것보다 빚을 내서라도 내집을 장만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집값이 마구 올라갈때는 너무도 잘 샀다고 하던 녀석이 지금은 집을 산게 너무나 후회스럽다고 하소연 한다. 최근 주택 경기가 끝모를 바닥으로 떨어지고 집을 장만했던 당시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앉으면서 은행에 낸 이자를 생각하면 아까워 잠이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비단 그 친구만 가지고 있는 생각만이 아니라 경기 외곽지역 신도시에 집을 가진 사람이라면 비슷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서울 도심의 집값 하락폭이 적다고 말하면서 수도권도 비슷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에 집가진 서민들이라면 하나같이 '모르는 소리하지 말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서울 인근 수도권 집값은 지난 2007년 고점대비 적게는 20% 많게는 40%까지 하락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매매는 끊기고,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수요자들은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로 머물러 있기를 원해 추가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반기도 이변이 없는 한 집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집없는 서민들에게 집값 하락은 더없이 좋은 일이다. 반면 집을 가지고 있는 서민들에게 집값 하락은 더 없는 고통이다. 정부는 집없는 서민에 대한 내집마련 정책을 펼치면서 집가진 서민들이 집값하락으로 고통을 받지 않는 해법을 내놔야 한다.

집값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토를 달겠다는 것이 아니라 집을 가진 서민들이 받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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