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남아공 더반의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독일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준결승전 경기는 '미리보는 결승전'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90분 내내 접전이었다.
스페인의 정신적 지주 푸욜은 경기 내내 시종일관 집념어린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월드컵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굴욕의 수식어가 따라다녔지만 사실상 그 굴욕의 수식어를 이번 월드컵을 통해 떨쳐 버릴 수 있게됐다.
푸욜은 후반 38분 후배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마저 제치고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뮐러가 빠지기는 했지만 클로제와 외질이 쉴 새 없이 압박해 들어오는 문전에서 흔들림 없는 안정감으로 골문을 지키면서도 세트피스 상황이 되자 푸욜이 가장 먼저 달려 내려왔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푸욜은 그라운드에 주저 앉아 허탈해 하고 있는 독일 선수들에게 다가가 다독이는 모습도 보였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최정상의 무대를 눈앞에 둔 스페인에게 침착하게 승리의 열쇠를 가져다 준 것은 쉽게 흔들리지도, 쉽게 포기하지도 않은 베테랑 카를레스 푸욜이었다. 노장의 헤딩골은 단순히 무적함대에게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의 가능성을 가져다 줬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결정적 순간에 팀을 하나로 묶는 베테랑만큼 중요한 존재도 없다.
스페인은 12(월) 03:30에 있을 결승전에도 푸욜의 힘을 얻어 생애 첫 월드컵 우승이라는 짜릿한 희열을 맛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