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성의 글로벌프리즘] 침소봉대와 호시우보

입력 2010-07-0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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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소봉대(針小棒大). 바늘만한 것을 몽둥이만하다고 한다는 고사성어다. 별거 아닌 일을 갖고 과장해서 떠벌린다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월가에 침소봉대 경보가 떴다. 주요 수탁은행인 스테이트스트리트가 예상보다 호전된 실적을 밝히면서 7일(현지시간) 미국증시는 급등세를 연출했다.

수탁은행은 펀드자산의 보관 및 관리와 운용을 감시한다. 또 기업이 발행한 어음을 인수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수탁은행의 실적은 경제전반의 건강을 점검할 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이날 다우지수가 1만선을 회복하는 등 대대적인 환영입장을 밝힌 것도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일개 수탁은행의 실적에 지나치게 과잉반응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으레 그렇듯이 오랜만에 터진 호재에 증시 관계자들이 설레발로 투자심리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S&P500지수는 지난 4월 고점 이후 두자릿수의 낙폭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 20% 이상 빠지면 공식적인 약세장에 진입한다는 불안감에, 크지도 않은 재료에 과민반응을 보였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지표 역시 뚜렷한 방향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주춤하고 있고 고용시장에 부는 한파도 여전하다.

증시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최근 명확한 방향을 설정해주기는커녕 두리뭉실한 말로 얼버무리기 일쑤다.

투자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라고 하던데. 전문가들이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이래서 나온다.

신중론자들은 안불망위(安不忘危)라는 말을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편안할 때도 마음을 놓지 않고 위태로움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작금의 환경에서 가장 어울리는 사자성어는 지난 1월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이 이미 얘기해줬는지도 모르겠다.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신화를 쓴 허 감독은 올해 첫 훈련을 끝내고 밝힌 각오를 통해 '호시우보(虎視牛步)'를 말했다.

호랑이처럼 예리한 판단력과 소처럼 신중한 발걸음. 멋있지만 어려운 말이다.

하긴 투자도 결국 남의 돈을 내돈으로 만드는 일인데. 남의 호주머니에서 돈빼오기가 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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