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총리들이 재계와 정계의 내로라하는 거물급 집안의 자손이었던 것과 달리 간 총리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민초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기 침체로 신음하는 민심을 달래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출범 당시 지지율도 60%대로 압도적이었다.
취임 1개월 만에 참의원 선거로 첫 성적표를 받게 된 간 총리. 출범 당시 60%에 달하던 내각 지지율은 최근 30%대로 반토막이 났다.
다름아닌 소비세율 인상론 때문이다.
역대 총리들이 정권 유지에 급급해 금기시하던 소비세율 인상 카드를 간 총리가 스스로가 꺼내든 것 자체는 평가 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의 주장대로 현재 5%인 소비세율을 10%로 올릴 경우, 100엔짜리 껌 한 통을 사고 10엔을 별도로 지불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지만 고가의 물건을 샀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간 총리도 이 사실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단지 현재 일본의 경제 여건이 그의 제안을 받쳐주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민심은 냉정하다. 거시 경제가 어떻든 당장 내 주머니 사정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냉랭해진 민심을 녹이기 위해 간 총리가 새로 꺼내든 카드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안이다.
하지만 이것이 소비세와 달리 소득세는 부자들에게만 집중된다는 점을 노린 얄팍한 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서민이든 부유층이든 똑같은 유권자가 아닌가.
‘도찐개찐’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는 말일 것이다. ‘도찐개찐’은 윷놀이에서 유래된 말로 도나 개나 거기서 거기란 뜻.
간 총리는 연간 소득 1800만엔(약 2억4700만원) 초과의 경우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현행 40%에서 더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무성에 따르면 소득세 최고세율을 1% 포인트 올릴 경우 늘어나는 세금은 350억엔에 불과해 900조엔에 달하는 국가부채에 비하면 새 발의 피.
괜스레 꺼내든 소득세율 인상 카드는 부유층 유권자를 외면한 처사라는 비난만 받게 됐다.
서민정치를 표방한 왜곡된 세제개혁이 간 나오토의 총리 수명까지 단축시키고 있다.
역대 정권이 보여줬듯이 지나치게 표심을 의식한 정치가 성공한 예는 없다.
간 총리는 참의원 선거를 사흘 앞둔 시점에서 앞서 단명한 총리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어설픈 카드로 표심을 자극하기보다는 냉정과 이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