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정권 교체 이후 처음 치러진 일본의 대형 국정 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했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와 향후 정국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NHK방송은 11일 오후 8시 투표가 끝난 제22회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44~51석을 확보하는데 그쳐 단독 과반수인 122석 확보에 필요한 60석에 크게 못 미쳤다는 출구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아시히신문이 실시한 출구조사에서도 민주당은 43~51석을 확보하는데 그쳤고 요미우리신문과 니혼TV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도 민주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교도통신도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이 목표로 한 54석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제1야당인 자민당은 이번 선거전에 나선 의석수인 38석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출구조사 결과는 민주당 대표인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제시한 목표인 54석에 못 미치는 수치이다.
이 출구조사 결과가 사실이 될 경우 민주당의 패배가 확실시돼 취임 후 첫 시험대에 오른 간 총리는 국정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전의 쟁점은 ‘소비세율’ 이었던 만큼 “소비세율 인상을 포함한 세제개혁”을 강조해온 간 총리의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간 정부는 지난달 8일 60%대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엎고 출범했으나 간 총리가 소비세율 인상론을 주창하면서 불과 한 달여 만에 내각 지지율이 40%대까지 추락했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에 육박하지만 올해 예산 92조엔 가운데 세수는 37조엔에 불과, 나머지 재원은 국채 발행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국민들 역시 이런 상황에서 재정건전을 회복하는 방안은 소비세율 인상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시름이 늘고 있는 서민들에게 세금 인상이 달가울 리 없다.
충분한 설명도 하지 않고 소비세율을 현행 5%에서 10%로 인상하겠다면서 법인세는 내리겠다고 하자 표심도 얼어붙은 것. 유권자들은 재벌의 세금은 줄여주고 서민의 부담은 늘리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여기다 새로운 연정 구성도 발등의 불이다. 다른 정당과의 연합을 통해 참의원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중의원에서는 300석 이상의 압도적인 의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참의원에서 과반에 못 미칠 경우 각종 법안과 예산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50석을 확보할 경우 연정 파트너인 국민신당의 3석과, 민주당 계열의 무소속 1석을 포함해도 6석 정도가 부족하다. 따라서 민주당은 참의원에서 과반을 위한 연정 파트너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모든 책임은 총리에게 돌아가게 돼 54년 만에 자민당 체제에서 정권교체를 실현한 민주당 정권은 또 한번 소용돌이에 휩말리게 되는 셈이다.
간 총리는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재정건전화, 경제 재건, 사회복지 충실 등 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며 “(대표 및 총리직을) 그만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총리는 중의원에서 지명하기 때문에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해서 사임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선거 전부터 간 총리의 소비세율 인상론을 걸고 넘어져 온 민주당의 실세인 상왕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의 행보도 무시할 수 없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정치자금 문제로 여론의 비난을 받고 물러난 만큼 9월 민주당 대표경선에 나서기는 어렵겠지만 간 총리의 '대항마'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오자와 세력은 중.참의원에서 150여명을 거느린 거대 세력. 따라서 간 총리가 당내 권력싸움에서 밀릴 경우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에 이어 단명총리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