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와 스마트폰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통신업계가 지나친 숫자 마케팅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숫자 마케팅은 유통이나 자동차 등 소비재 중심 업계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지만 최근 통신업계에서 내놓은 수치는 경쟁사를 노골적으로 폄하하는 등 위험 수위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이는 스마트폰이 기존 음성통화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변화하며 통신사별 특화된 프로그램에 가입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초 이통3사 CEO가 지나친 마케팅 비용을 자제하는 등 과열경쟁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진흙탕 싸움이 다시 전개돼 이용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4일과 지난 4일 각각 갤럭시S 가입자 10만, 20만 가입자 돌파에 대한 자료를 발표했다.
국내 출시된 스마트폰 단말기 가운데 최단기간 돌파라는 의미를 부여해 번호이동 시장에서 2만2000명의 순증 가입자를 기록한 것도 부각시켰다.
번호이동에 대해 특정 통신사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LG U+가 3G망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과 그동안 KT의 아이폰으로 인해 가입자 이탈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을 보면 숫자 마케팅은 경쟁사를 정조준한 셈이다.
이에 앞서 KT는 지난 3월 애플 아이폰 출시 4개월만에 가입자 50만명을 돌파했다며 스마트폰 시장의 선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인터넷 현금지급 문제로 갈등을 빚는 LG U+도 숫자 마케팅을 통해 KT에게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통합요금제에서도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양사는 경쟁적으로 요금제 발표를 하는 등 기싸움이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LG U+가 포문을 열어 젖힌 것이다.
LG U+는 지난 11일 가족통합요금제 ‘온국민은 yo’가 하루 평균 2000명이 가입하며 출시 10일만에 가입자 2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온국민은 yo 가입자 중 62%는 신규 가입자이며 이 가운데 73%가 번호이동 가입자로 밝혀져 타사 사용자 이동을 강조했다.
현재 통합요금제를 운영하는 곳은 LG U+와 KT 두 곳 뿐이다. 결국 신규 가입자 가운데 73%는 KT 집전화 사용자가 대부분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숫자 마케팅은 가입자 유치를 위한 전형적인 방법이지만 최근 통신업계의 움직임은 가입자 유치 외적인 성격이 짙다”며 “상대를 폄하하고 비하하는 것은 자신에게 부메랑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