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14회 PiFan의 '옥에 티'

입력 2010-07-1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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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 중 하나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가 지난 15일 오후 7시 부천시민회관에서 개막식을 올렸다.

이 자리에는 저명인사들과 영화감독, 배우들이 함께해 자리를 빛냈고 국내외 팬들과 시민들이 몰려들어 뜨거운 호응 속에 영화제가 진행됐다.

하지만 국제영화제에 걸맞지 않게 운영 미숙 등으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개막 1시간 전 레드카펫 행사 때부터 '옥에 티'가 발견됐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 등 세계영화인들이 입장했지만 소개가 되는 사람이 있었던 반면 그냥 지나쳐버린 사례도 있었다. 특히 국내외 팬들이 함께 했지만 한국말로 소개가 이어진 뒤 영어로 재소개가 되는 장면에서 발생했다. 톱스타건 무명배우건 이날은 영화인들을 위한 자리였다. 어느 배우는 중요한 인물이 아니니까 대충 소개한다는 식의 진행부터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회 품격을 떨어뜨렸다.

행사가 열리긴 전부터 한류스타들을 기다린 일본 팬들을 위해서라도 일본어로 소개하는 '센스'도 발휘했으면 하는 점도 아쉬웠다. 웬만한 지하철 안내방송에서도 일본어가 나오는데 국제영화제에서 한마디 멘트도 없는 부분은 PiFan의 조명을 받지 못하는 현주소를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그나마 자원봉사자들이 일본 팬들과 대화를 나누며 미소로 맞아 이번 영화제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또 참석 인원들의 입장을 앞두고 신원 파악하는 부분에서 시간을 지체,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레드카펫 행사를 지켜본 한 시민은 "영화제 준비와 운영 미숙이 매년 드러나니 소규모 지역 영화제라는 꼬리표를 뗄 수가 없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오후 7시가 조금 넘어 시작된 개막식에서도 부족한 점이 눈에 띄었다. 사회자들의 진행과 행사 관계자들의 인사말이 이어졌지만 참석한 관객을 통역을 해주는 사람 하나 없었다. 자리에 함께한 외국 영화인들을 위한 작은 배려조차 없었던 것이다.

반대로 외국 영화심사단들이 인사말을 전할 때에도 한국말로 통역을 해주지 않은 점도 마찬가지다. 결국 자기네들끼리 웃고 떠드는 형식의 개막식이 돼버린 것이다. 단지 행사가 끝나고 개막작이 상영되기 전 영화에 대해서만 간단한 통역이 있었을 뿐이었다.

PiFan이 세계적인 영화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내외 영화계 인물들의 초대와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에 대한 흡입력, 철저한 행사 준비 및 운영, 부천시민·영화 팬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올해로 14번째를 맞이한 PiFan이 한낱 지역축제로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깊이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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