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인수가 9월 초까지 늦어질 수 있다는 소식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대우건설 FI들 중 팬지아데카(현재 오크트리)는 차입 만기가 7월말로 예정돼있는 가운데 또 다시 만기 연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20일 "현재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사모투자펀드(PEF)의 구조도 만들지 못한 상황"이라며 "연기금을 중심으로 자금을 모을 예정이지만 아직 차입 비율을 정확하게 결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산은이 이처럼 대우건설 인수를 계속 미루고 있는 가운데 대우건설 FI들은 산은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공동대응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대우건설 FI 관계자는 "산은이 지난 4월 대우건설과 관련된 금융기관 50곳을 한 자리에 불러 7월말까지 분명히 인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7월말까지 대우건설을 인수하지 않으면 FI들도 산은에 찾아가 항의하는 등 공동대응 방안을 강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팬지아데카는 대우건설 투자를 위해 2500억~3000억원 규모의 차입을 했다. 산은이 7월말까지 인수하겠다는 약속에 이달말까지 차입을 연장했지만 다시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차입에 대한 이자를 매월 30억원씩 지불하고 있다. 만기를 연장하면 할수록 팬지아데카의 PEF는 손실만 늘어날 뿐이다.
대우건설 FI들은 산은이 7월말까지 대우건설을 인수하지 않으면 산은이 아닌 다른 인수자를 알아볼 계획이다. PEF와 차입의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들도 있는 상황에서 느긋하게 산은의 인수만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FI 관계자는 "산은이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이상 다른 인수자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며 "차입 만기가 다가오는 펀드들은 산은이 인수해줄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산은은 9월 초까지 꼭 대우건설을 인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차입비율과 PEF 구조상의 몇 가지 문제만 해결하면 연기금을 중심으로 자금을 모아 대우건설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 보다 건실하게 키워내기 위해서는 부실을 털어낸 후 인수하는 것이 좋다"며 "부실을 털어내고 PEF 구조를 만들고 있으니 대우건설 FI들이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