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노조가 지난 19일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면서 화해의 손길을 보여줌에 따라 어윤대 회장의 횡보가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강조한 KB의 치유와 경영 정상화를 이끄는데 상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어 회장이 회장 집무실을 명동에서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으로 이전한 것은 국민은행 임직원과의 잦은 교류를 통해 그룹 수익의 90%이상을 차지하는 KB은행과 소통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KB국민은행 노조는 어윤대 회장이 취임 전 제기해온 구조조정에 맞서 대표 이사회장 직무집행 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7일 노조 측은 어윤대 회장과 한 시간에 걸친 회담 끝에 공소를 취하하기로 했으며 19일 철회 사실을 공시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취임 전후로 어 회장이 노조와 대화를 통해서 끊임없이 오해를 풀어낸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노조 측도 어 회장은 낮은 자세에 양보로 응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조관계자는 "이번 만남에서 어윤대 회장의 발언들을 통해 현 노조를 인정하고 향후 회사 경영에 노조의 의사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노조도 불필요한 투쟁보다는 회사 발전 방안에 힘쓰고 상생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남은 큰 과제는 행장 선출과 함께 국민은행의 리딩뱅크 위상 회복이다.
그는 그룹 회장으로서의 권한을 일부 사원들에게 위임해 차기 국민은행장 선임에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키로 하는 등 직원 사기 진작과 조직 다지기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지난 14일 어 회장 지시에 따라 국민은행 직원 1만8000명 중 직급별로 무작위 추출한 1300명에게 차기 행장으로 누가 적당한 지를 묻는 질문지를 우편으로 발송했다.
질문지에는 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전, 현직 임원 12명 중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인물을 한명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행장 후보에는 ▲최기의 전략그룹 부행장 ▲남경우 KB금융아카데미 원장 ▲박찬본 마케팅그룹 부행장 ▲김옥찬 재무관리그룹 부행장 ▲심형구 신탁·연금그룹 부행장 ▲민병덕 개인영업그룹 부행장 등 은행 내부 임원 6명과 ▲최인규 KB금융 전략담당 부사장 ▲이달수 KB데이타시스템 사장 등 계열사 임원 2명 등 현직 인사 8명이 포함됐다. 또 전직 임원 가운데는 ▲윤종규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전 수석부행장) ▲정연근 전 KB데이타시스템 사장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김동원 기업은행 사외이사 등 4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 회장 측은 이번 설문 조사를 내주중 마무리하고 차기 행장을 선임하는 데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번 횡보에 대해 행장 인사 투명성을 높인다는 긍정적 평가와 최근 관치금융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요식행위라는 부정적 평가가 상존하고 있다.
다만 내부 조직 안정화와 리딩뱅크 위상회복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어 회장의 입장에서는 현재까지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고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