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엔화 매도로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와타나베 부인’이 무차별 매수에 나서 엔화 강세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와타나베 부인들이 ‘엔캐리 트레이드(엔화를 팔고 고금리 통화를 사는 거래)’를 청산해 예기치 못한 엔화 강세를 부추길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커지고 있다고 26일 전했다.
일본 내각부령 개정으로 일본에서는 오는 8월 1일부터 외환증거금(FX) 거래에서 투자자의 투자배율(레버리지)이 50배 이하로 제한된다.
일본 금융청은 고객 보호와 중개업자의 리스크 관리, 과당경쟁 차원에서 고레버리지 거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그 동안 소액의 종자돈으로 막대한 환차익을 올려온 개인투자자들의 외환거래에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청은 내년 8월에는 레버리지 상한을 25배까지 낮출 예정이다.
그 동안 외환거래 중개회사에 따라 증거금의 100~600배까지 외환거래를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1만엔의 증거금을 외환거래 중개회사에 맡기고, 증거금 배율을 100배로 적용 받으면 총 100만엔 규모의 외환거래가 가능해진다.
이후 투자자는 엔화가 달러당 1엔씩 등락할 때마다 1만엔의 환차익이나 환차손이 발생되는 구조로 울고 웃게 되는 구조였다.
다이와 종합연구소 경제금융조사부의 가메오카 유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레버리지 규제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한정적이라고 보지만 지금까지 고레버리지 거래를 해 온 투자자들 중 거래를 계속하지 않는 투자자가 나오면 포지션 해소로 인해 엔화가 강세로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특히 호주달러 등 시장 규모에 비해 증거금 거래 규모가 큰 곳은 한층 더 영향을 받기 쉽다”고 지적했다.
FX거래에서는 레버리지가 낮을수록 거액의 증거금이 필요하게 된다. 이 때문에 8월 레버리지 규제시행에 따라 필요 최저한의 증거금으로 50배 이상의 높은 레버리지로 거래하던 개인투자자는 기존의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증거금을 FX 중개업자에게 예탁하거나 포지션 자체를 축소할 수 밖에 없다.
도쿄에 거주하는 FX거래 1년차인 스즈키 노부히데 씨는 “지금까지 평균 100배의 레버리지로 거래하고 있었는데 정부의 규제로 자금 효율이 크게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자금 효율과 거래 환경 등의 자유도에 매력을 느껴 FX를 시작했지만 규제 때문에 의욕이 꺾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FX거래는 자금 효율 측면이나 거래 환경 면에서는 주식투자보다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 앞으로도 FX거래는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FX거래는 1998년 외환법 개정으로 등장한 이래 장기화하는 초저금리를 배경으로 급속히 확대됐다.
2007년 중반까지 계속된 엔화 약세 국면에서는 FX거래를 하는 일본의 개인투자자가 엔의 주요 판매자로 시장의 주목을 끌면서 ‘와타나베 부인(Mrs. Watanabe)’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의 수 트린 수석 통화 스트래티지스터는 “레버리지 규제가 시행되는 8월 이후는 일본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호주달러ㆍ엔 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호주달러가 1호주달러당 79.50엔으로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72.50엔에서 72엔으로 하락반전을 전망하고 호주달러 매도ㆍ엔 매수를 추천했다.
지난 16일 미 경기 둔화 우려로 엔은 달러에 대해 한때 작년 12월 이래 최고치인 달러당 86.27엔까지 치솟았다. 유로에 대해서는 재정위기를 배경으로 한때 유로당 107.32엔으로 2001년 11월 이래 8년 7개월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