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의 스탁 스나이퍼]미남무죄 추남유죄

입력 2010-08-02 10:59 수정 2010-08-0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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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외모를 호감과 연결 짓는다.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을 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친절, 정직, 지성등을 연상한다.

이런 비합리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할리우드 탓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스 조지아 대학교의 스티븐 스미스와 동료들은 이에 대한 실험을 했다. 가장 수익을 많이 올린 영화 20편을 보여주고 주인공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도덕적이며 지적이고 친근한지를 사람들에게 평가하게 한 후 그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을 것 같은지 말해보라고 했다.

결과는 외모가 매력적인 인물들이 적극적이고 도덕적이며 지적인 것으로 평가됐고 다른 사람들보다 행복하게 살 가능성도 훨씬 높을 것이라고 조사됐다. 이외에도 여러 조사를 통해 낸 결론은 영화에 묘사된 인물 유형이 머릿속으로 스며들어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와 비슷한 수천 편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광고등을 평생 보고 있으니 눈 앞에 보이는 것에 쉽게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어찌 보면 이해가 가는 세상이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경우 그 뒤에 오는 결과는 시간이 지나 알게 된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도 적용 된다. 최근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 비(정지훈)가 연예계가 너무 좁았는지 주식시장에서도 주인공이 됐다.

지난 2007년 비는 JYP엔터테인먼트와 결별한 후 자신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던 조동원 현 제이튠 엔터테인먼트 대표와 함께 매니지먼트사를 설립, 휴대폰 부품 회사인 세이텍를 통해 우회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당시 비가 회사 최대주주가 되면서 주가가 2만 6700원까지 폭등했다.

투자자들은 비가 회사의 최대주주로서 향후 구체적인 경영전략과 수익창출 구조에 대해 다시 말해 속을 들여다 보지 않았다. 눈 앞에 보이는 것, 최고 인기가수 비가 최대주주이니 아시아를 넘어 미국 시장까지 진출해 엄청난 수익을 거둬 회사 이익과 주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보였다.

3년이 지난 현재 결과는 참담하다. 2만6700원까지 갔던 주가는 200원대다. 3년 사이에 100분의 1토막이 돼 있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비가 회사에서 가져간 돈은 200억대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 비는 마지막 한 방을 주주들에게 선사했다.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던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을 전량 매도한 것이다. 200억도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인지 지분까지 정리해 돈을 챙겼다.

반면 인스프리트 자회사 엔스퍼트는 눈 앞에 보이는 현상에 편견을 가져 부화뇌동했던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 경우다. 일부 투자자들과 한 인터넷언론에서는 엔스퍼트가 우회상장 6개월만에 차입금 상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엔스퍼트는 합병으로 부채 총계가 280억원 늘어났고, 이자 비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수자금을 차입한 상황에서 유상증자가 목표치에 반도 조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역시 속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눈 앞에 펼처진 현상만을 놓고 본 결과다. 액면가 근처 주가의 기업도 아닌 엔스퍼트가 차입금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면 실권주에 대해 3자유상증자로 처리했을 것이다.

일반적인 무자본M&A(인수합병)를 통한 머니게임 세력들이었다면 사채시장의 찍기 자금으로 엔스퍼트의 주가 상황에서 부채를 해결하는 것은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스퍼트는 그럴 이유가 없다. 지난해부터 일기 시작한 인터넷전화기로 그야말로 대박을 맞은 상황인데다 KT의 차세대 전화기 역시 엔스퍼트의 전화기가 유력하다.

여기에 KT가 자체 태블릿PC를 출시함에 있어 안드로이드기반 태블릿를 제작하는 엔스퍼트와 인스프린트의 수혜는 당연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남무죄 추남유죄인 세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루저 논란도 이같은 현상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사람을 겉으로 보이는 것에 쉽게 판단하지 말고 그 속을 봐야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은 인간사나 주식투자에서나 마찬가지다.

막대한 손해를 본 제이툰엔터 주주들이 가수 비에게 고소고발을 취한다고 한다. 그럼 이 사건은 비가 군대를 가서 군사법정에서 다뤄지게 되는건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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