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③ 중동 통신보안 갈등 고조...UAE, 블랙베리 중단

입력 2010-08-04 06:18 수정 2010-08-0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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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신시장 보안전쟁 개시

(편집자주: 스마트폰 열풍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각국을 중심으로 검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을 비롯해 중동 지역의 보안 문제가 이동통신업계의 화두로 대두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3회에 걸쳐 이동통신업계에 부는 검열·보안 문제를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印 소프트웨어 보안 검열 나섰다

② 中 vs. 구글 사태 ‘점입가경’

③ 중동 통신보안 갈등 고조...UAE, 블랙베리 중단

중동 국가들이 본격적인 통신보안 전쟁에 돌입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지난 1일(현지시간) 잇따라 안보상의 이유로 리서치인모션(RIM)의 스마트폰 블랙베리 서비스 차단에 나선 것.

중국이 구글 등의 서비스 이용을 차단한 적은 있지만 정부가 특정 기기 사용을 막으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UAE가 국가 안보상 이유로 블랙베리 서비스 중단 조치를 내렸다.(아라비안비즈니스)
UAE 통신감독청(TRA)은 이날 블랙베리가 자국법에 저촉되고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오는 10월부터 블랙베리 이메일과 메신저, 웹브라우징 등 일부 서비스를 중단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블랙베리 서비스 차단에 동참할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국영 기업 사우디텔레콤 관계자 말을 인용, 이달 말부터 사우디 정부가 블랙베리 메시지 서비스를 막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인도 정부도 최근 RIM에 비슷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인도 정부는 몇주전 RIM에 블랙베리를 통해 전송되는 암호화한 이메일과 메시지를 정보 당국이 해독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서비스를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블랙베리에서 발송된 데이터는 캐나다에 있는 RIM 네트워크 센터를 거쳐 암호화된 후 최종 목적지로 전달된다.

RIM만이 블랙베리의 데이터 접근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UAE 등 정부 당국이 범죄 수사 등을 목적으로 검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UAE TRA는 "블랙베리의 일부 서비스가 법적 책임없이 이용되고 있다"면서 "이는 UAE의 법적, 사회적,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서비스 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UAE TRA는 "오는 10월 11일부터 블랙베리 서비스를 차단할 방침"이라면서 "블랙베리 측이 자국 통신법에 맞는 해결책을 내놓을 때까지 이 같은 조치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UAE 통신 시장은 국유 이동통신 기업인 에티살라트와 경쟁사 두(Du)가 독점하고 있다.

UAE 당국의 발표에 이어 사우디텔레콤도 "이달 말부터 블랙베리 서비스를 차단할 것"이라면서 "UAE와는 달리 메신저 서비스만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쿠웨이트와 바레인도 스마트폰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블랙베리 서비스 중단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도 지난 5월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마호메트)를 모욕한 만화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블랙베리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블랙베리 측은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 보호가 우선이라며 현재의 서비스 방식을 바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동 등 일부 국가들의 블랙베리 사용 금지 조치에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질 전망이다.

비즈니스와 관광 중심지로 알려진 UAE에서 현재 블랙베리 사용자는 5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UAE 내 두바이와 아부다비 공항을 오가는 외국인들도 해외 로밍을 통한 블랙베리 서비스 이용 제한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의 블랙베리 사용자는 70만명 가량으로 추정되며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블랙베리가 남의 이목을 피해 이성과 연락하는 수단으로 매우 인기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UAE의 블랙베리 서비스 차단 조치에 대해 "지난해 이란의 대통령 선거 이후 벌어진 반정부 시위사태에서와 같이 중동 국가들 사이에 정보통신(IT) 기술이 반정부 활동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UAE는 지난 1월 두바이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고위 간부가 암살된 데 충격을 받고 통신보안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블랙베리 서비스 중단 조치가 UAE를 시작으로 다른 중동 국가들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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