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SK가 올들어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고부가제품인 '인비저블 프로덕트(Invisible Product)'를 중심으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강화한결과로 풀이된다.
'인비저블 프로덕트'는 전자제품, 자동차 등 완성품과 달리 최종 소비자들이 직접 눈으로 보기 어려운 기초재와 중간재, 무형의 기술 서비스 등을 통칭하는 것이다. SK에서 생산하는 경질유, 화학 소재 및 필름, 의약품 중간물질 등이 대표적이다.
8일 SK그룹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SK에너지와 SK케미칼(잠정치 기준), SKC 등 에너지·화학 계열 3사의 해외 수출액은 13조334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27%(2조8376억원)가 늘었다.
이는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올린 지난 2008년의 상반기 수출액 11조8564억원 보다 1조5000억원 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SK 제조 3사는 지난해 상반기(10조4972억원)와 하반기(11조6432억원)에 이어 3반기 연속으로 수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상반기 전체 매출액 중 수출 비중도 2008년(54.3%)과 2009년(57.7%)을 웃도는 58.2%를 기록해 상승세를 유지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경유·등유 등 3대 경질유 중심의 석유제품 수출이 26%, 해외 석유개발 관련 원유수출이 18% 늘어나는 등 전체적으로 27.4%의 수출 성장을 기록했다.
이 중 경질유 수출규모(4조3000억원)는 지난해 전체 경질유 수출액(6조8071억원)의 60%에 달하는 것으로 전략적 수출 포트폴리오 구축 및 대중국 수출물량 증가 등에 힘입은 성과로 분석됐다.
특히 이 가운데 25% 가량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10여개 산유국으로 역수출되고 있다.
경질유 수출은 최태원 회장 등 경영진의 '발로 뛰는 자원외교'에 힘입은 안정적 원유 공급선 확보, 수출시장 다변화 전략 등을 통해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물량 기준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올린 화학 및 필름소재의 수출 성장세도 계속됐다.
SK에너지와 SK케미칼, SKC 등 3사는 상반기 중 5조5066억원 어치의 화학제품과 전기전자소재 등을 수출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3조8100억원에 비해 무려 45%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 중 SK케미칼(잠정치 기준)과 SKC는 글로벌 수요가 급증한 각종 필름과 화학소재 등 5718억원 어치를 수출해 37.0%의 수출 증가율을 보였다.
광학용, 태양전지용 및 특수포장용 폴리에스터 필름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SKC는 올들어 LCD·스마트폰 등 글로벌 IT 수요 회복과 친환경 산업 활황 등으로 상반기 필름 수출이 25% 증가했다.
최근 생산규모를 늘린 화학제품도 글로벌 마케팅 강화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40%에 달하는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SK케미칼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개발한 PETG(친환경 플라스틱), 음료 및 음식용기 등의 소재로 쓰이는 PET 칩 등 3대 그린케미칼 소재를 앞세워, 지난해 수준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SK 계열사가 보유한 각종 기술과 공장 운영 노하우 등의 무형자산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달 베트남 BSR사와 이 회사의 신규 폴리프로필렌 공장에 대한 운영 및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9월 BSR사에 정유공장 운영 및 유지·보수 계약을 맺은 데 이은 것으로 SK에너지는 향후 1200만 달러의 매출증대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앞서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회사인 미국 KBR사와 손잡고 기술 및 마케팅 합작사를 설립, SK가 독자 개발한 세계적인 촉매·공정기술을 해외로 본격 수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문과 SK케미칼은 상반기에 약 190억원 상당의 의약 중간체 및 난치성질환 치료용 신약기술 등을 해외로 수출했다.
SK㈜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문은 최근 코로 흡입할 수 있는 신개념의 간질 치료제를 개발해 미국 회사에 기술수출(라이센싱 아웃)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SK건설은 지난 3월 세계적인 플랜트 설계 기술을 인정받아 2억6000만달러(한화 약 3200억원) 규모의 에콰도르 플랜트 기본설계를 수주했으며 인도에서는 '수펙스 컷' 발파공법을 기반으로 4600만달러(한화 약540억원) 상당의 파두르 원유비축기지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또한 SK C&C는 전체 7650만 달러 규모의 아제르바이잔 ITS사업을 비롯, 카자흐스탄과 몽골, 리비아 등 10개국에서 진행 중인 IT 용역 사업을 통해 상반기에만 252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권오용 SK㈜ 브랜드관리실장은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상품과 기술 수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