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이상된 장관은 교체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유임됐다. 세대교체와 미래형 인사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것이 청와대 8.8개각의 모토라는 감안하면 의외라는 얘기도 있다.
특히 야당에서 4대강사업과 세종시 수정안 실패 책임을 물어 교체해야한다는 주장이 강했던 만큼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국토부 내부에서는 정 장관 유임을 어느정도 예상했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국토부 뿐 아니라 정관계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정 장관의 유임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유는 4대강사업, 보금자리주택,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지자체 갈등, LH공사 재정지원 문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거래활성화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인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4대강사업과 LH공사 재개발사업 포기 등의 경우 야당과 야당 소속 지자체장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있어 정 장관을 교체할 경우 자칫 이들의 강공에 밀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집값 안정에 가장 큰 특효를 발휘하고 있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자랑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도 정종환 장관이 내놓고 키운 만큼 마무리까지 맡겨 정책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자신의 유임을 예단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정 장관은 지난 4일부터 고향인 충북 청양으로 휴가를 떠나 생각의 정리와 휴식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이상된 장수 장관 교체설이 끊이지 않자 개각을 앞두고 머리도 식힐 겸 휴가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유임이 결정되자 정 장관은 몸을 더 낮추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유임이 결정되자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을 의식한 듯 보도자료를 내고 "2008년 2월 국토부 장관에 임명될 대보다 더 큰 책임감과 중압감을 느낀다"고 짧막하게 말했다.
현 정권 최장수 장관으로 유임에 기고만장하고 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짧은 말 한마디로 겸손한 자세를 유지한 것이다.
특히 4대강과 LH공사 재정문제 등 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사업들을 강력히 추진해야 하는 임무를 또다시 짊어진 그로서는 먼저 몸을 낮춰야 한다는 판단이 섰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번 정 장관 유임으로 권도엽 제1차관과 최장현 제2차관의 인사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관가에서는 이들이 교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1급 실장들은 이번 인사에 반색하고 있다. 최근 행시 23회 출신의 박재완 전 국정기획수석이 장관으로 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현재 1급 자리에 대거 포진했던 실장들의 교체가 예상됐었기 때문이다.
국토부내에는 한만희 주택토지실장을 비롯해 정창수 기획조정실장, 홍순만 교통정책실장 등 5명이 행시 23회 출신(기술고시 14회 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