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3기 내각 인선에서 옛 재무부 출신인 속칭 '모피아'(MOFIA) 인사들이 대폭 강화되면서 최근 캐피탈 금리 인하 등 관치(官治)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서민 정책 추진을 밝히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문제 등 개입을 강화하겠다고 정부가 밝히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금리가 너무 높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캐피탈사들이 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자금조달 비용이 작아지면서 오히려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져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부작용이 생겨나는 등 관치의 부작용이 커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차관 인사를 앞두고 장기적인 비전을 그릴 수 있는 기획원 출신과의 균형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피아 인사의 대거 발탁은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금융, 세제 등에 정통해 위기에 대처하는데 밝은 옛 재무부 출신들이 중용되고 기획과 거시경제에 능한 기획원 출신들이 쇠퇴하면서 나타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모피아 세력의 강화로 장기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경제정책이 약화된 가운데 다시 금융과 세제를 바탕으로 한 관치가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8일 개각에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교체되면서 경제기획원(EPB) 출신은 장관급에서는 한명도 남지 않게 됐다.
반면 모피아 출신의 득세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확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기세가 더 오르고 있다.
지난 7.28 보궐선거에서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충북 충주에서 당선되면서 여의도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옛 재무부에서 과장을 끝으로 정치권에 들어온 임태희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청와대 비서실장에 내정되면서 모피아 출신의 약진을 드러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인수위 구성부터 기획원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영향력 강화가 예상돼 왔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옛 재무부 국장 출신이고,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한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은 재무부에서 세제실장을 지냈다.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 역시 재무부 장관 출신이다.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도 재무부 사무관을 역임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재무부 과장을 지냈다.
최근 모피아 출신들이 약진하면서 후속 차관급 인사에서도 이같은 양상이 계속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기획원 출신 인사와 균형을 이루면서 장기 국가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초기 747 정책 등 커다란 계획이 있었지만 위기를 맞아 잊혀진 공약이 돼버렸다”면서 “경기가 살아나는데도 체감이 안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성장 잠쟁력을 어떻게 확출할 것인지, 큰 틀의 복지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제기획원은 국가주도의 경제성장기에 큰 역할을 담당했지만 기업이 성장을 주도하면서 1994년 재정경제원으로 재무부와 통합됐다.
기획원의 명맥은 1998년 기획예산처로 다시 분리되면서 다시 살아났지만 정책 부문이 재정경제부가 남으면서 조직이 축소됐다. 기획예산처는 이명박 정부에서 다시 재정부로 통합되면서 입지의 축소가 전망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노무현 정부에서는 기획원 출신들이 다수 중용됐다. 한덕수 전국무총리, 권오규 전경제부총리, 전윤철 전감사원장, 변재진 전보건복지부 장관, 장병완 전기획예산처 장관, 김영주 전산업자원부 장관, 임상규 전농림부 장관, 유영환 전정보통신부 장관, 윤대희 전국무조정실장, 변양균 전청와대 정책실장이 기획원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장관급 중 모피아 출신은 김용덕 전금융감독위원장, 이용섭 전건설교통부 장관 정도였다.
*모피아 = 모피아(Mofia)는 재무부 출신 인사를 지칭하는 말로 재무부(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재무부 출신의 인사들이 정계, 금융계 등으로 진출해 산하 기관들을 장악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거대한 세력을 구축했다. MOF와 마피아의 발음이 비슷하여 마피아에 빗대어 부르는 모피아라는 말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