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비방한 혐의로 기소돼 논란이 된 전 세무서 직원 김동일(48)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파장이 주목된다.
이 사건에 대해 경찰은 무혐의 의견을 냈으나 검찰은 혐의가 있다고 보고 김씨를 기소했으며 1심 재판부도 공소사실 일부를 받아들여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결과가 다시 뒤집혔다.
김씨는 지난해 5월28일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나는 지난여름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제목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국세청이 단초를 제공했다. 한 전 청장은 자리를 보전하려고 골프를 치고 자기 출세하려고 세무조사를 했다"는 등 내용의 글을 통해 한 전 청장을 비판했다.
검찰은 김씨가 허위사실과 사실 적시를 통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만을 인정했으며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경과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는 동안 이 사건은 김씨를 옹호하는 시민사회와 김씨의 혐의를 입증하려는 검찰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했지만 이번 무죄 판결로 무게중심은 다시 시민사회 쪽으로 기울게 됐다.
김씨를 위해 단체변론에 나섰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사법부가 국세청과 검찰 등 공권력의 무리한 수사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미네르바 박대성씨와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기소처럼 공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비판적 표현을 한 사람을 위협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비민주적 일면을 다시 확인하게 해 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검찰의 상고가 예상돼 김씨의 게시물이 한 전 청장에 대한 명예훼손이었는지 최종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