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시기 부채비율 낮아도 안정성 보장 못해”

입력 2010-08-12 12:00 수정 2010-08-12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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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례 분석…KDI ‘안정을 위한 국제금융시스템설계’ 국제 컨퍼런스

일본의 경우 버블기간 동안 채부불이행과 레버리지 비율이 감소하는 등 이같은 지표가 금융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시스템 전반에 대한 관점과 유동성에 대한 국제적인 시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급변한 세계경제 상황에 상응하는 세계경제제도의 변화를 촉구하는 강력한 신호였으며 이에 따른 제도 개편이 촉구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KDI는 13일 한미경제학회와 공동으로 ‘안정을 위한 국제금융시스템설계’ 국제컨퍼런스에서 이같은 내용이 논의된다고 12일 밝혔다.

8개 세션으로 구성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국제금융시스템설계, 금융개혁의 교훈, 통화정책, 기업지배구조 등 국제금융시스템과 관련한 제반 이슈들을 폭넓게 다룰 예정이다.

미리 배포된 자료에서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은 ‘1980년대 일본 버블로부터의 금융안정성에 대한 교훈’이라는 내용의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해 “1980년대 후반 일본의 비금융권 사기업의 현금 및 예금은 급격히 증가하게 되고 제조업 부문 대기업의 유동성 비율 역시 급격히 상승해 20% 수준을 상회하게 된다”면서 “그러나 현금이 투자에 사용되지는 않았으며 총보유예금 중 정기예금의 비율, 은행의 부동산 관련 섹터에 대한 대출이 급증했으나 지표상으로는 버블 기간 동안의 채무불이행 비율이 낮고 레버리지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신 보좌관은 “이와 같은 논의로부터 금융제도에 대한 좀 더 포괄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서 “비율은 총량에 비해 금융안정성에 관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며 레버리지 비율의 감소 역시 안정성을 보장하지는 않아 시스템 전반에 대한 관점을 갖출 필요가 있으며 유동성 상태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경수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원장은 발표문을 통해 “금융세계화와 양립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국제금융시스템설계(International Financial Architecture)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면서 “외환보유고의 축적이 대출축소(deleveraging)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자기보호수단이긴 하지만 거시건전성 감독과 병행되지 않을 경우 상당한 비용과 위험을 유발시켜 오히려 자본유입문제를 악화시키고, 거시건전성 감독체계가 모호하게 정의되거나 적절히 설계 또는 시행되지 못할 경우 국내금융시스템은 적절히 기능하지 못하고 통화의 국제화로부터 장기적인 효익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도 단기적인 위험경감효과만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오늘날과 같이 각국 경제의 상호의존성이 절대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주요국들의 거시경제정책 조정과 정책협력을 관할할 수 있는 유효한 국제제도도 기구도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면서 “이번 금융 위기는 급변한 세계경제 상황에 상응하는 세계경제제도의 변화를 촉구하는 강력한 신호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국제통화제도의 개편은 국제정치의 역학구도, 타협, 시장의 선호 등에 의해 점진적인 변화를 이루어가게 될 것이며 세계경제지배구조가 어떻게 정착되어 가느냐에 따라서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현재의 국제통화제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또 이 제도 하에서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성공적으로 조정해나가기 위해서는 국가들 간의 정책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세계가 가지고 있는 국제통화, 금융제도의 취약성과 부적절성을 개선해 나가기 위한 제도개편을 위해, 국제간 협의, 합의를 이루고 이를 추진해나갈 수 있는 협의체의 구성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이 출현한 G20회의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하고 협력해나가야 하며 중심 협의체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상호평가기능의 강화, 사무국의 설치, 위원회의 운영 등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많은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하와이대 교수는 “외환위기 과정에서 많은 부분은 IMF의 압력 하에서 이루어졌고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과 국민의 분노를 유발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정부가 이전 20년간 추구해온 정책적 입장과 일치되는 조치였다”면서 “1997~1998년의 외환위기는 1980년대 초부터 국가 주도로부터 자유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시도한 제도적 개혁의 정점을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개혁은 위기의 원인이었던 사적인 리스크의 사회화를 종식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이제 제도적 개혁에서 따라야 할 공통적인 모델은 존재하지 않고 각 국가들은 스탈린주의의 계획경제나 자유시장경제의 교과서 버전이 아닌 그들이 따라야 할 그들만의 청사진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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