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업계 최저 연체율 유지 비결은?

입력 2010-08-17 13:49 수정 2010-08-1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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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에 부실채권 90% 매각 … "건전성 왜곡· 채권추심 고객 혼란 문제"

현대카드가 업계 최저 수준의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60일 이상 연체채권을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에 매각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6월 기준 현대카드의 연체율은 0.36%로 전업계 카드사 평균 연체율 1.84%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이 같이 현대카드가 업계 최저 수준의 연체율을 유지하는 비결은 60일 이상 연체채권을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에 매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2042억7900만원의 부실채권을 799억1800만원에 현대캐피탈에 매각했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채권이 215억860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총 연체채권 2258억6500만원의 90.4%를 현대캐피탈에 넘긴 것이다.

현대카드는 앞서 2008년에도 1102억3600만원의 부실채권을 382억1700만원에 현대캐피탈에 넘긴 바 있다. 연체채권을 현대캐피탈에 매각하지 않고 다른 곳에 매각하거나 상각을 통해 처리했다면 연체율이 0.7%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현대카드의 매각 연체채권은 현대캐피탈이 전량 매입해 주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현대캐피탈의 재무 상태가 견실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기준 현대캐피탈의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은 현대카드의 두 배 이상이며 건전성 또한 우수하다. 현대캐피탈의 지난해 연체율은 1.76%. 1개월 이상 연체채권 2926억4900만원 가운데 69.8%가 현대카드에서 매입한 것으로 이 부분을 빼면 연체율이 0.53%에 불과해 현대카드의 연체채권을 떠안을 수용력이 크다.

게다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사장과 대주주가 같고 업무 부서까지 겹치는 등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회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정태영 대표이사가 현대카드 및 현대캐피탈의 사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1, 2대 주주도 현대자동차와 GE캐피탈로 같다.

또 현대카드의 26개 부서중 10개 부서가 현대캐피탈과 공동으로 운영되고 있다. 회계를 담당하는 재무운영실 역시 하나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채권관리와 조직운영 모두 업무 효율과 전문화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정상적인 방법과 절차를 통해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채권매각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각자의 회계법인을 선정해 공정하게 가격을 매김으로써 이뤄진다"며 "매입처가 현대캐피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어디라도 될 수 있지만 가격조건이 맞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현대캐피탈에 매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관계자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공동 운영되는 부서가 있지만 계열사간 부당지원의 소지가 있는 부서는 분리돼 있고 회계 감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여신전문금융회사는 금융기관 채권을 매입할 수 있어 문제될 것은 없다"며 "하지만 특수 관계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지원회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법적인 문제는 없더라도 건전성의 왜곡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이 연체율이 낮을 때는 괜찮지만 높아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고객들의 경우도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현대카드를 쓰다가 몇 달 연체되면 현대캐피탈에서 독촉을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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