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위해 동전을 풀었던 예전의 신한이 그립습니다. 신한은행이 빅4가 되기까지는 서민에 초점을 맞췄죠. 은행들이 상인들을 거부하는 것과 달리 신한은행은 상인들을 위해 동전과 잔돈을 바꿔주는 방식으로 상인과 서민들에게 다가갔습니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옛날 시절을 그리며 회고한 대목이다. 시장 바닥에서 시작한 신한은행인 만큼 서민금융으로 돌아가 그 당시 남겼던 '좋은 인상'을 다시 한 번 되살리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라 회장이 오랜만에 공개적으로 서민금융의 현장에 나선 이유도 이와 같다. 상인을 위해 동전을 풀었던 '초심(初心)'을 다잡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초기에 상인과 서민들을 잡기 위해 다른 은행이 하지 않은 '동전 바꾸기'를 해왔다.
라 회장은 상인들이 거스름돈으로 사용할 동전을 바꾸기 위해 은행을 방문해도 바꿔주지 않는 것을 알고, 역발상으로 상인들을 찾아가 동전과 1000원짜리 지폐를 바꿔줬다. 이같은 라 회장의 역발상이 상인들 사이에 '신한'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은 서민대출에 인색해지면서 서민들이 찾아오기 어려운 곳이 됐다. 평판 리스크, 재무관리 등의 이유로 서민보다는 돈 있는 금융소비자를 우대하는 프라이빗뱅킹 영업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라 회장은 신한은행이 다른 은행들 처럼 서민에 소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서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던 '신한'의 이미지를 되찾고 서민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해 경쟁력을 갖추자는 의미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노(老) 회장의 '동전 바꾸기'와 같은 서민금융의 역발상을 우리 금융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