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車랑나랑] 르노삼성의 뻔뻔함

입력 2010-08-20 15:57 수정 2010-12-2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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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프랑스 신사가 두둑한 현금 다발을 내보이며 한국 여인에게 공개 구혼을 했습니다.

궁핍한 살림 탓에 상황이 다급했던 한국 여인은 멋진 남자의 구혼이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이제껏 숨겼던, 남들에게 내보이기 아까웠던 속내까지 다 드러내며 프랑스 남자에게 희망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속살을 죄다 뒤졌던 프랑스 남자는 마지막 단계에서 매몰차게 고개를 돌려버렸습니다. 결국 이 여인은 상대가 언제 도망갈 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인도 농가(農家)로 시집을 가게 됐습니다.

여기까지가 쌍용차 우선협상대상자로 인도 트랙터 메이커 '마힌드라'가 선정되기까지 입니다.

지난 5월 말 '르노삼성의 쌍용차 인수의향서 제출'을 [단독]으로 보도하면서 '르노삼성'이란 이름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대부분의 여론도 르노삼성의 인수의사를 '쌍용차에게 단비'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쌍용차의 회사 기밀을 포함해 그들의 속내를 속속들이 파헤치더니 주저없이 '인수포기'를 밝혔습니다. 순간 그 동안의 반갑고 고마웠던 마음이 반감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쌍용차 입장을 생각해보면 같은 시장에서, 경쟁모델을 생산하고 있는 경쟁 기업에게 기업 비밀이 모조리 까발려진 셈이 됐으니까요.

되돌아보면 르노삼성의 입장에서 쌍용차의 디젤엔진 기술 등이 궁금하기는 했을 것입니다. 르노삼성은 출범 10년 동안 단 한 대의 새 차를 개발한 적이 없습니다. 기술력이 부족해 일본차와 프랑스 차를 고스란히 들여오거나, 르노 라구나와 닛산 티아나의 앞뒤 서스펜션을 조합해 '기이한' 뉴 SM5를 내놓던 이들이니까요.

물론 이같은 인수포기는 기업 M&A에 있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고, 실제로 비일비재합니다. '이익'을 우선으로 삼는 기업생리를 따졌을 때 "인수의향이 있다"는 것이 반드시 "인수를 해야한다"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뻔뻔하게도 부산공장 증설과 쌍용차 인수를 두고 저울질했다던 르노삼성은 '쌍용차 포기'를 내세우면서 '부산공장 증설'을 다시 내세우지는 않았습니다. 때문에 부산지역 민심은 크게 실망하기에 이르렀고 르노삼성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5월 르노삼성의 근원지인 부산에서 치러진 부산국제모터쇼에서 현대기아차는 새 모델을 내놓았고 GM대우는 시보레 론칭을 발표했으며 쌍용차는 코란도C를 공개하며 회생을 갈구했습니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모터쇼 이전부터 홍보본부장을 주축으로 자매도우미, 부산출신 도우미, 의리파(?) 도우미, 남자 도우미 등 전시차 앞에 세울 도우미 홍보자료만 열심히 배포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르노삼성은 자동차에 대해 조금이라도 전문적인 질문을 던지면 홍보담당자는 물론 본부장까지 동문서답하거나 해답을 찾지 못해 허둥대기 일쑤였으니까요. 다만 그것이 완성차 메이커로서 부끄러운 현실이라는 걸 모르고 있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뿐인가요. 지난해에는 시동꺼짐이 반복돼 "제발 고쳐달라"며 애원했던 SM3 오너들의 목소리를 가볍게 묵살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SM3는 시동꺼짐이 반복돼 리콜이 이뤄지기도 했지요.

국내영업본부 직원의 30억원 공금횡령 사건이 드러났을 때에도 르노삼성은 덤덤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피해를 SM7과 QM5 등의 오너에게 고스란히 떠안겼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부끄러움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무대응과 뻔뻔함이 프랑스 기업문화 탓이라면 이제는 달라졌으면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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