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사장은 20일 현재 88명의 팔로잉과 9503명의 팔로워와 함께 '파워 트위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트윗에는 트위터로서의 발랄함와 CEO로서의 무게가 공존한다.
◇ 귀여운 오타쟁이, 위트 있는 홍보맨
"현카 고객님들 좋은 저녁 되시고요. 식사자리에선 다른 카드 고객님들이 지불하실 때까지 눈 질근 감고 버티세요^^ 한순간입니다. (현카가 고객보호차원에서 드리는 안내말씀)"
저녁 무렵 팔로워들에게 정태영 사장이 남긴 트윗이다. 계산은 양보하라는 솔직한 멘트 가운데 '질근'라는 오타가 눈에 띈다.
현실 세계에서 철두철미한 그이지만 트위터 세계에서는 '오타'로 유명하다. '결제'를 '결재'라고 하는가 하면 '베이글'은 '배이글','찌개'는 '찌게'로 표기해 지적을 받곤 한다.
하지만 지적을 받아넘기는 그의 재치가 만만치 않다."초딩때 공부를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라는 변과 "오자 오타 때문에 저 트윗 못하겠어요. 제 엄지가 큰 편도 아닌데^^"라는 통사정으로 넘어간다.
현대카드에 대한 홍보도 애교스럽다. "현카(현대카드)로 오일 가시면 오래 갑니다", "현카로 고양이 사면 노래도 해요^^ 할부로 사면 꼬리도 흔들고!!!","샴푸 사실때 현카로 결재하면 아이큐가 좋아집니다^^" 등 현대카드를 만능 카드로 소개한다.
"병원에서 엑스레이 찍고 현대카드로 결제하니 칼라로 나왔다"는 한 팔로워의 장난에는 "아유~칼라로 하는건 쉬웠구요 뇌결함 감추느라 넘 힘들었데요. 현카 직원들 칭찬 좀 해주세요"라고 응대했다.
아예 직접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휴가 떠나서 고생중인 모든 분들께 알려드립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카드 받습니다^^", "이왕 끄낸 김에 현카로 잔뜩 사세요. 친구들한테도 선물 돌리시고요. 한도 압박되시면 바로 조정하겠습니다^^", "말 나온 김에 레드(VIP카드) 하세요. 저희가 잘 할께요:)"라며 사용을 부탁한다.
◇ 평범한 아저씨, 자상한 가장
"오늘은 집사람이 손님 저녁준비에 넘 바빠서 대신 시장 봤습니다. 써준 리스트 따라 샀는데 두부를 찌게용이 아닌 다른걸 사서 지적받았고요. 쓰레기통도 열심히 치웠고 등등. 하나 더. 저 설겆이는 정말 자주합니다"
정 사장은 한 회사를 이끄는 사장이지만 집에서는 평범한 가장의 모습이라는 것을 꺼리김 없이 밝힌다.
십년만에 오디오를 바꾸고는 "전날 저녁에 집안 눈치보다 분위기 좋을때 겨우 고백했습니다. 다음날 물건 들어온다고.."하는가 하면 슈퍼콘서트 때는 "전 그냥 집사람이랑 갔었습니다. 딸들도 왔는데 어디선가 친구들과 따로...아버지랑 잘 안 놀아주네요^^"라며 서운함을 나타냈다.
인권위가 초등학생에게도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인정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애들 불러놓고 집회 시위의 권리가 있다고 알려주는 건 부모의 의무겠죠? 대신 부모가 갖고 있는 자금봉쇄 권한도 알려 주려고요^^"라고 응했다.
나이에 대한 탄식도 있다. "미국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 영국 총리, 한국 총리가 다 나보다 연하이면 문제가 심각하네요. 난 완전 동네 어르신?"이라며 "조금 있다가는 경로원중에서는 젤 막내라고 위안"을 삼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저도 완벽 강박증이 있었는데 이젠 세월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나에게 다른 가치를 주어야할 시기가 되었음을 느낍니다" 라는 표현에서는 연륜이 묻어난다.
"사장인데 뭐 큰 차이 없습니다. 현카에서 일하는 사람중 한명" 트위터에서 그의 별명은 '생계형 사장'이다. 위엄 있고 안락한 모습보다는 겸손하게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준다.
페이스북은 안하냐는 질문에도 "트윗에 페북까지 하다간 정말 생계에 지장옵니다^^"라고 답한다.
그의 경영철학은 짧은 트윗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법인이나 개인이나 신판(카드사용)은 모두 2위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1위는 관심이 없어요. 1위하려면 넘 많은 분들한테 발급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가장 갖고 싶은 카드가 목표입니다^^"라는 말에서 현대카드의 지향점을 분명히 한다.
현대카드가 주목받는 부분인 디자인에 대해서는 "저희는 디자인으로 돈 버는 일은 안 합니다. 금융이 본업이니까요. 내부적으로 필요한 디자인을 하거나 뭔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하면 무상으로 합니다"라고 일축했다.
"전 마케팅 전략을 점수줄때 컬트적 요소로 무장되어 있는지를 꼭 봅니다"나 "올해 광고를 기획하기 위해 09년에 6개월을 임원들이 미국, 영국, 독일을 다니며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야 대행사를 불러 실현해 달라 부탁했습니다" 라는 대목에선 마케팅에 대한 철학이 드러난다.
사내에서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현대카드는 회의를 금요일에 하고 월요일은 바로 실행에 들어가는데 "월욜에 하면 참석자들이 주말에 불안한 고민을 하게 되고 금욜에 하면 결정을 어떻게 실행할지 생산적인 고민을 주말에 하죠. 또 자유토론을 강조하는데 월요아침엔 경직되어서 토론이 잘 안됩니다. 금요일엔 한주간 쌓인 이슈들이 정리되고 분위기가 활발하죠. (단점은 목요일에 술 못 마신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오후 회의에서 중역들한테 밀렸다. 내 의견 접기로.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치다른 것도 같다. 내 의견이 일방적으로 먹히면 순간은 신나는데 뒷맛이 불안하고 중역들 의견이 우세하면 항복해도 뒷맛이 든든하다"는 말에서는 고뇌의 흔적이 보인다.
금융인으로서 경제에 대한 고찰도 빠지지 않는다.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멈췄다는 소식에 "과도한 가계부채는 큰 위기를 불러올까 걱정했는데 더 두고 볼 일이나 일단은 반가운 조짐입니다.
유럽의 금융위기가 더 확산 안되고 독일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보인다는 소식도 희망적. 이대로 경제가 좋아지면서 건설 재정 가계부채 안보 중국버블 등에서 올 수 있는 위험만 몇년 잘 피해가면 좋을텐데요"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무디스가 한국 국가신용등급 범위를 두 단계 올려 발표하자 "평가사들이 실책으로 두들겨 맞고 더블딥이 거론되고 유럽국가들이 평가 절하되는 상황에선 파격적입니다. 한국경제의 앞날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밝게 본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들 힘내세요^^"라고 전했다.
정 사장은 "골프를 안치고 일에 흥분을 느끼며 도전정신과 자부심을 지키려 애쓴다"고 한다. 그가 트위터 세계에서도 CEO로 통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