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장경제 원리와 정책의 일관성

입력 2010-08-23 15:08 수정 2010-08-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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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대부업 금리 인하에 대해 대통령 후보시절과 상반된 입장을 보여 2금융권과 대부업체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예비후보 설문조사에서 "대부업 입법예고 이자상한선 49% 적정한가?"라는 질문에 12명의 예비후보중 유일하게 "적정하다"고 답변했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지금 이 대통령의 입장은 다르다. 정부는 지난 7월 대부업법 이자 상한선을 49%에서 44%로 5%포인트 인하한데 이어 내년에는 39% 수준까지 더 낮출 계획이다.

또 이 대통령은 상한 금리를 인하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캐피탈업체의 대출금리가 높다고 질타했다. 이에 따라 캐피탈업계는 황급히 금리를 내린 상태다.

3년 전과 지금 달라진 것은 금리 수준이 아니라, 대통령의 입장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연 49%의 이자는 높은 수준이지만 후보일 때는 적정하다고 주장하다가 대통령이 되고 나니 적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유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돈 없는 서민들에게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서민금융 지원 측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위치와 여건에 따라 입장이 바뀌는 것은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캐피탈업계나 대부업계는 현행 금리 수준이 낮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조달금리나 리스크관리 비용 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인데, 정부의 요구가 너무 갑작스럽다는 불만이다.

또한 현재 은행권 대출 거래는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만 이용이 가능하고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객은 캐피탈 등 제2금융권, 그보다 더 낮은 고객은 대부업체 등 제3금융권의 대출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 아래서 조달금리를 낮추거나 업무범위를 확대해 시장 전반의 금리 인하를 자연스럽게 유도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면 업계에서는 대출 심사를 강화해 고객들이 더 높은 금리의 금융권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저금리 서민대출이나 친서민 정책 모두 겉보기에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속도 진짜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얼마 전 출시한 햇살론만 해도 대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계층이 생기고 고소득자가 대출을 받는 등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햇살론에 앞서 나온 미소금융이나 희망홀씨대의 대출실적이 부진한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서민경제와 직결된 중요한 정책들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엎치락뒤치락하면 수많은 국민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입장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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