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이 업계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한층 더 하락할 전망이다.
산요전기 등 일본 기업들이 우위였던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에 삼성SDI와 LG화학 등 한국 기업들이 가세하면서 가격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26일 일본 정보기술(IT)종합연구소의 다케시타 히데오 수석 애널리스트를 인용, 올해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이 전년에 비해 19% 하락해 5년래 가장 큰 폭으로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다케시타 애널리스트는 “한국과 일본 메이커들의 점유율 싸움과 가격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2008년 후반부터 시작된 공급과잉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 역시 이윤이 감소하고 있어 앞으로는 각사의 인내력 싸움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무라증권 금융경제연구소의 미코시바 시로 애널리스트는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은 20~25%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다케시타 애널리스트보다 더 큰 하락폭을 예상했다.
IT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시장 점유율 순위는 1위가 산요전기로 20%, 2위가 삼성SDI로 18.3%, 3위 LG화학은 13%였다. 다음으로 소니(12%), 중국 BYD(6.5%), 파나소닉(6.3%) 순이었다.
한편 제살 깎아 먹기식의 가격 경쟁에 대해 한국과 일본 업계의 온도차가 선명하다.
산요의 호사카 유코 대변인은 “한국 기업의 공세와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각사가 수량 확보 차원에서 가격을 낮추고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소니의 다키자와 도미오 대변인은 “시장은 매우 살벌한 상황이 계속된다”고 예상하는 한편 파나소식은 “생산 과정 재검토를 포함해 한층 비용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기업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한국 메이커들은 자신만만하다.
노무라증권의 미코시바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삼성SDI의 향후 10년간 리튬이온배터리 사업 규모는 전년 대비 20% 증가할 전망으로 노무라가 추정하는 시장 전체의 성장률인 12%를 크게 웃돈다. LG화학 역시 10년간 50%의 수량증가를 전망하고 있다.
삼성SDI는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 사업에 5조4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여기에는 한국 정부도 전면 지원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배터리 사업에 2020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해 세계 시장 점유율 50% 획득을 목표로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LG화학의 테리 리 대변인은 “가격 하락 기조는 당분간 계속된다고 보고 있지만 LG는 경쟁력있는 가격에 배터리를 제공하고 있어 가격 하락이 이익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국 기업들의 기세에 위기감을 느낀 일본 메이커들은 리튬이온배터리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올해 4월부터 오사카 시에 있는 공장에서 리튬이온배터리 셀의 생산을 시작했다. 올해는 월 1000만개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시장 동향에 따라 점차 생산라인을 늘릴 계획이다.
파나소닉의 오쓰보 후미오 사장은 “라이벌 기업들은 100m 달리기를 하듯이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우리는 중거리 달리기를 하고 있다”며 “내년 봄까지 산요전기와 파나소닉전공을 완전자회사화해 속력을 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소니도 400억엔을 투자해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 각 생산라인을 강화하기로 하고 생산력은 월 4100만셀에서 2010년말에는 7400만셀로 확대할 예정이다.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