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새벽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해 세계 주요 언론들은 놀라움을 표시하며 신속히 보도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에 체류 중인 시점이고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지 3개월여밖에 안 됐다는 점 등을 들어 이례적으로 진행된 이번 방중이 후계 문제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봤다.
주요 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과 연합뉴스 보도 등을 근거로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 일행의 행방을 확인하기 위한 취재 경쟁을 벌였다.
로이터통신은 지린(吉林)성의 접경 도시 지안(集安)의 한 경찰이 "어제 어떤 지도자가 왔다"고 말했지만 김 위원장 부자가 전날 밤 지안에 왔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언론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이날 오전 6시께 지린에 도착해 김일성 주석이 다녔던 중국 지린(吉林) 위원(毓文) 중학교 등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한국 국정원에 문의해 "사실로 보이지만 더 이상의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NHK방송 등 일본의 언론들도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보도하면서 후계자 김정은을 대동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 정부와 국영 언론은 앞서 그랬던 대로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카터 전 대통령과 같은 미국의 중요한 손님이 북한에 와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은 "매우 이례적(highly unusual)"이라고 표현했다.
로이터통신은 김 위원장이 후계자인 김정은을 대동하고 갔다는 점, 다음 달 초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방중이 이뤄졌다는 점을 제시하면서 이번 방문이 후계 구도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상하이 푸단(復旦)대의 한반도 전문가 차이젠은 로이터와 회견에서 "북한은 후계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승인이나 축복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김 위원장은 중국측에 통보를 해야한다고 느꼈을 수 있다"면서 "(북한의 후계문제는) 중국의 동의를 받는 것이 아니라 통보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단둥(丹東)과 옌지(延吉) 등 중국 주요 국경도시 당국 관계자와 무역상들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한 특이사항이 감지되지 않았다며 방중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