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② ‘넘버3’로 전락한 日경제, 출구가 안 보인다

입력 2010-08-27 11:12 수정 2010-08-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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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일본 대해부

(편집자주: 일본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에 세계 2위 자리를 내준 경제는 회복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정국 불안까지 겹치면서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회복 시기가 예상보다 크게 늦춰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4회에 걸쳐 일본의 정치·경제 ·증시를 분석한다)

<글 싣는 순서>

① 대권 싸움으로 멍드는 日 경제

②‘넘버3’로 전락한 日경제, 출구가 안 보인다

③ 정국 불안에 증시도 출렁...먹구름 짙어져

④ 1등병이 낳은 어글리 재팬

세계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경제의 탈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은 지난 4~6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조2880억달러(약 1535조원)로 같은 기간 1조3390억달러를 기록했던 중국에 밀리면서 42년동안 유지했던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자리를 올해 중국에 물려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중국과 일본의 GDP 추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 ‘3등 일본(Japan as Number Three)’라는 논평을 통해 “불과 20년전에 미국의 정치가와 학자들이 일본이 세계 경제를 장악할 것이라고 전망했던 것을 떠올리면 일본의 추락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에즈라 보겔 교수의 ‘세계 제일 일본(Japan as Number One)’이라는 책에서 제목을 따온 이 논평에서 WSJ는 “중국이 이제 일본을 누르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일본의 추락을 통해 부자국가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건전한 경제정책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본은 지난해 총 5810억달러의 수출을 기록해 중국과 독일뿐 아니라 미국에도 밀렸다.

지난달 일본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5%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엔화 강세의 여파로 5개월 연속 둔화세를 나타냈다.

일본의 지난 7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1.1% 하락해 17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 하락으로 일본 경제 전체의 수요와 공급 균형 개선이 지연되고 디플레이션 탈출은 더욱 늦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BS증권의 니시오카 준코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BOJ)은 올 하반기 경제성장과 물가 전망을 모두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BOJ가 경기부양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업률은 지난달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5.2%를 기록해 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본의 실업률은 10%선 근처에서 계속 정체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 평균 실업률이 11%에 달하는 유럽에 비해서는 양호해 보이지만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한 것이 문제다.

일본의 18~29세 기준 청년실업률은 11.1%에 달하고 일본 총무성이 밝힌 1년 이상 실직상태인 청년실업자는 6월말 기준 118만명에 달해 전년에 비해 21만명이나 늘었다.

일본 정부는 청년 실업문제가 갈수록 악화되자 총리실 직속 특별대책팀을 설치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주요 기업들이 고용계획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거둘 지는 회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최근 일본 경제를 가장 짓누르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엔화 강세다.

▲2010년 3~8월 달러ㆍ엔 환율 추이 (야후파이낸스)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미국의 주택과 고용이 침체를 보이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불안감이 확산됐고 이에 안전자산인 엔화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달러ㆍ엔 환율은 지난 24일 달러에 대해 장중 83.57엔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하며 지난 1995년 이후 15년만에 최저치(엔화 가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6년만에 처음으로 외환 시장에 개입할 뜻을 비쳤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25일 “최근 엔화 움직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있다”면서 “필요할 때 적절한 대응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OJ가 은행에 대출하는 0.1% 금리의 자금 규모를 기존 20조엔에서 30조엔으로 늘리고 대출 상황기간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 총재는 26일부터 5일간 미국 출장길에 나섰는데 오는 27~28일 열리는 미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주최 잭슨홀 회의에서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한 각국의 공조협력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잭슨홀 회의에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과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 대표가 참석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은 엔화 가치 상승을 즐기고 있기 때문에 시라카와 총재가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이 20년이 넘는 장기침체 동안 이미 동원할 수 있는 경기부양책은 이미 다 써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내놓을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도 경제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8년에 3차례에 걸쳐 총 75조엔 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그 이전에는 1999년에 17조엔, 2000년에는 11조엔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는 등 계속 경기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심지어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소비진작책의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인당 1만2000엔의 현금을 지급했지만 이 돈이 소비에 쓰이기보다 저축으로 들어가 기대했던 소비진작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9월말 만료되는 친환경차 보조금 제도와 12월말 기한인 에코포인트 제도를 연장하는 등 추가 경기부양안을 다음달 확정시킬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이 다시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를 확대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G20 주요국가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블룸버그통신)

신용평가사 S&P의 킴응탄 아시아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일본은 경제성장률이 낮고 GDP 대비 국가 부채율이 높다”면서 “앞으로 구조적 개혁을 통해 국가 부채를 줄이지 않으면 일본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재무성이 발표한 일본의 국가부채는 사상 처음 900조엔을 돌파한 904조772억엔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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