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간 예상 수요량 이상의 쌀을 전량 시장격리하고 구곡재고 50만t을 긴급 처분하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유정복)는 31일 쌀 수급 안정을 위해 올해 수확기 시장 격리, 재고 처분계획 및 쌀 재배면적 감축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대책이 본격적인 햅쌀 출하를 앞두고 과감하고 선제적인 시장격리를 통해 수확기 쌀값 안정을 도모, 정부의 친서민 정책을 뒷받침하고 우리 쌀 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중장기 방안을 포함한 특단의 조치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수확기 연간 예상 수요량인 426만t을 초과해 공급되는 쌀은 농협을 통해 모두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다.
내년도 예상 수요량에 공공비축 매입량 34만t이 포함돼 있어 실제 392만t 이상 생산되는 물량은 정부가 전부 매입하는 셈이다.
농식품부는 시장 격리물량이 올해 작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40~50만톤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9월 15일 기준 작황조사 결과에 따라 우선 격리 예상물량을 정해 10월부터 매입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장 격리물량은 실수확량 조사가 발표되는 11월 10일 경에 최종 확정된다.
정부는 시장에서 격리한 물량은 가격급등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밥쌀용으로 내년에 시장에 방출하지 않을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RPC 등 민간부문이 수확기 벼 매입량을 최대한 늘릴 수 있도록 벼 매입자금 지원규모를 1조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증액해 지난해보다 19만t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벼 매입자금 지원대상은 RPC 뿐만아니라 민간 임도정업체까지 포함시켜 수확기 매입 경쟁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수확기 신곡 가격 안정을 위해 농협과 RPC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2009년산 재고쌀의 추가 격리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는 9월 중 기상 여건에 따라 작황이 크게 달라진 예년의 사례를 감안해 작황을 보고 격리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
수확기 정부, 농협, RPC, 임도정업체 등이 벼 매입에 적극 나설 경우 지난해보다 10%p 정도 벼를 농가로부터 더 사들일 수 있어 쌀 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올 연말 이월재고 149만t 중 100여만t은 국제 곡물가격 급등 등 비상상황에 대비하여 계속 정부재고로 관리하고 약 50만t만 올해와 내년에 걸쳐 긴급 처분하기로 했다.
밥쌀용으로 부적합한 2005년산 고미 11만t은 창고여석 확보 및 시장안정 등을 위해 9월초부터 실수요업체에 kg당 280원(주정용 229원/kg)에 공급할 예정이다.
국민 정서를 고려해 사료용으로는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2006~2008년산 구곡과 수입쌀 중 39만t은 내년 중 밥쌀용을 제외한 가공용으로만 공급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쌀가루용 쌀의 가격을 밀가루 값 수준(355원/㎏)으로 인하하고 가공업체에 최소 3년간 계속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에 처분될 쌀의 둔갑 판매 등 부정유통을 예방하기 위해 백미 또는 현미로 공급하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했으며 위반 시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히 처벌할 예정이다.
쌀 재배면적을 적정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한 생산조정 대책도 내년부터 본격 추진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매년 4만ha 논에 타 작목을 재배하도록 지원해 연간 20만t 이상의 쌀 생산량을 사전에 감축하기로 했다.
이를 변동직불금 지급대상인 논에서 벼 이외의 타 작목을 재배할 경우 ha당 300만원을 지급하고 집단화․단지화(10ha) 유도, 들녘별 경영체 육성 등 기존사업과의 연계성을 높여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또 2015년까지 논 3만ha를 농지은행을 통해 매입해 타 작목 재배로 전환키로 하고 내년에는 진흥지역 내 논 3000~4000ha를 매입하는 방안 등을 관계부처와 협의중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농업진흥지역 밖 농지의 이용이 활성화되도록 농지전용 규제도 완화한다.
계획관리지역안 농지(48만ha)에 택지·산업단지·유통단지 등 제2종지구단위계획구역을 지정할 때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갖고 있는 농지전용에 관한 협의 권한을 면적에 관계없이 시·도지사에게 모두 위임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대책과 별도로 중장기적으로 우리 쌀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쌀 생산농가 소득안정, 생산조정 제도화, 쌀 가공산업 육성, 쌀 유통시스템 선진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쌀 산업발전 5개년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종합대책 마련을 위해 쌀 관련 전문가 및 농업인 대표 등이 참여하는 장관 직속의 TF를 구성해 농촌 현장의 변화를 반영한 근본적고 실천 가능한 방안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아 쌀값 및 쌀 수급안정 대책의 실효성 있는 집행을 점검, 독려, 홍보하기 위해 농식품부 내에 쌀 수급관리 종합상황실을 내달 9월 1일부터 설치․운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