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올 노사분규 발생 56건..작년比 34.1↓

입력 2010-09-05 10:16 수정 2010-09-0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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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 24년만에 무파업 큰 몫... '명분'보다 '실용'으로 노선 변화

올해 노사관계는 갈등보다 화합 분위기다.

애초 진통을 겪을 것으로 우려됐던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 도입이 산업현장에서 큰 갈등 없이 정착하고 임금ㆍ단체 협상도 대체로 순조롭게 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노사분규(파업 기준)는 모두 5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6건)과 비교해 34.1% 감소했다.

분규에 따른 노동손실 일수도 34만5071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44만577일)에 비해 21.7% 줄었다.

이처럼 올해 노사분규가 줄어든 데는 자동차 업계가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1987년 현대차와 쌍용차 노조가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해도 빠짐없이 파업을 겪었던 자동차 업계는 올해 24년 만에 처음으로 '무파업'의 신기원을 이뤘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 5월 임금 동결과 함께 노조 유급 전임자 수를 39명에서 7명으로 줄이는 내용에 전격 합의하며 무파업 타결 행진에 시동을 걸었다.

매년 자동차 업계의 파업을 주도해온 현대차는 지난 7월 임금 7만9000원 인상, 성과급 300%+200만원, 글로벌 판매향상 격려금 200만원 지급 등의 합의안을 노조가 투표를 통해 가결하면서 교섭 사상 첫 2년 연속 무파업 타결을 이뤘다.

GM대우 노조도 7월 말 기본급 7만4359원 인상과 격려금 250만원ㆍ성과급 200만원 지급 등의 합의안에 찬성, 역시 처음으로 2년 연속 분규 없이 협상을 마쳤다.

정식 노조가 없는 르노삼성차에서는 지난 7월 사측과 사원대표위원회 간의 협상이 별 어려움 없이 마무리돼 10년째 무분규 행진이 이어졌다.

뒤늦게 협상 테이블에 앉은 기아차 노사는 지난달 31일 잠정합의를 이뤄내고 2일 노조가 찬반투표로 가결하면서 마침내 '24년 만의 무파업'이라는 화룡점정을 완성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사실상 분규가 사라진 조선업계도 올해 큰 잡음 없이 노사 화합을 이뤄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임ㆍ단협 합의안을 가결하며 16년 연속 무쟁의 타결 기록을 세웠고, 타임오프제와 관련해서는 노조전임자 수를 55명에서 30명으로 줄이고 이 가운데 15명만 회사에서 급여를 주기로 합의했다.

대우조선해양도 7월 중순 임ㆍ단협을 타결해 20년 무분규를 달성했다. 노조가 없는 삼성중공업은 직원대표기구인 노동자협의회가 사측과 임금조정을 벌여 지난 4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임금 문제를 종결했다.

노사화합 바람은 유통업계에도 강하고 불었다.

롯데백화점은 7월 말부터 4차례의 협상만으로 주요 사항에 합의하고 지난달 20일 임ㆍ단협 조인식을 열었다. 재작년에는 9월 시작해 10차례 협상 끝에 11월 조인식을 했던 것에 비하면 올해 협상은 한결 순조롭게 끝난 것이다.

현대백화점도 6월부터 두 달 동안 6차례 노사협의회를 열어 지난달 초 임금협상을 타결하며 16년째 무분규 협상 기록을 세웠다.

아예 임ㆍ단협 권한을 사측에 위임한 노조도 생겨나고 있다.

LG전자 노조는 지난 3월 임금협상권을 회사 측에 위임하면서 1990년 이후 21년 연속 무분규 임ㆍ단협 타결 기록을 세웠다. 이 회사 노사는 지난 7월 근로시간 면제자 11명과 노조 전임자 6명 등 총 17명의 노조 전임자를 두는 것에 합의하며 타임오프제 도입 협상도 마쳤다.

두산인프라코어 창원공장도 최근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 관련 사항 일체를 회사에 위임하면서 4년 연속 무분규를 달성했다.

올 들어 두드러진 노사 간 화합의 배경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노동계가 명분보다는 실리를 좇는 실용주의 노선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주노총이나 현대기아차 같은 주요 사업장의 새 노조지도부가 상투적인 총파업 위주의 투쟁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합리적 노선을 걷기 시작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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