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흥행코드는 '잔혹'?

입력 2010-09-06 06:56 수정 2010-09-06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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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악마를 보았다' 등 인기몰이

▲사진=영화'아저씨'스틸컷
영화가 잔혹해야만 흥행하는 것인가

올 가을 극장가는 원빈 주연의 '아저씨'를 필두로 이병헌, 최민식 주연의 '악마를 보았다', '김복남 살인 사건 전말' 등 잔혹극들이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다. 특히 '아저씨'는 지난 8월4일 개봉 11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극 중 원빈은 불행한 사건으로 아내를 잃고 세상을 등진 채 살아가는 태식 역을 소화했다. 태식은 감정을 교류하게 된 '어린 친구' 소미가 납치당하자 소미를 구하기 위해 위험 속으로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태식의 복수극은 잔혹한 영상을 수반한다. 도끼로 정수리를 찍고 입속으로 칼날이 들어가며 신체의 각 부분을 적절히 긋고 찌르는 장면이 난무한다.

'악마를 보았다'는 잔혹성 때문에 제한상영가가 두 번이나 제동이 걸렸다. 잔인한 영상을 잘라내도 상영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던 것. 특히 가족이 보는 앞에서 머리가 잘리는 처형을 당한다는 설정은 잔혹함의 극치를 표현했다.

서영희 주연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외딴 섬 무도, 여섯 가구 아홉 명이 무참하게 살해된 끔직한 사건을 다뤘다. 피범벅이 된 여인(서영희 분)이 초점없는 눈으로 한 곳을 응시하는 포스터는 영화의 잔혹성을 예고한다. 이들 잔혹극의 공통점은 '복수극'을 다룬다는 데 있다. 개인의 복수를 위해 평범한 사람 조차 극악한 살인을 저지르는 데 동참한다.

또 '악마를 보았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등에서의 폭력은 권총으로 이루어지는 할리우드식 폭력과는 달리 직접적이고 일상적으로 다가오는 '접촉폭력'이란 점에서 관객들이 체감하는 잔혹성은 더하다. 이러한 잔혹극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대리만족식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면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잔혹함이 관객들을 더해지는 한국영화의 배경으로 상상력의 부재를 꼽기도 한다. 복수극의 감정선을 표현하는 데 폭력의 잔혹성에만 의지하려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영화기획사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친구', '올드보이'서부터 '악마를 보았다'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의 잔혹성은 나날이 더해진 것은 사실이다"면서 "적절한 장면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자유는 허용하지만 폭력과 잔인성을 흥행의 주요 무기로 삼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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